홍석현 주미 대사가 사면초가의 위기를 만났다. 유엔 사무총장 출마 공식화 발언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진 1997년 대선자금 제공 개입 대화 내용 도청 테이프 공개는 부임 5개월의 주미 대사를 위기 상황으로 몰고 있다.
홍 대사는 21일 “큰 흐름에 맡기겠다” 고 말했다. 하루 종일 면담을 꺼리다 대사관을 나서면서 향후 대응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었다. 홍 대사는 “평정심을 유지해서 하는 거지”라고 말을 이으며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겠다. 내 인생에서 어떤 게 좋은 지 알 수 없지 않느냐”고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
삼성그룹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과 함께 테이프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대해 홍 대사는 “삼성측이 판단해 그렇게 한 것이고 서울의 내 대리인이 했다”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을 냄으로써 오히려 실명이 공개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잇자 홍 대사는 “글쎄, 워싱턴은 잠 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측이 가처분 신청을 주도했고, 그 선택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는 투로 들렸다.
앞서 점심 식사를 위해 대사관을 나설 때는 다른 기자들에게 “내용이 어떻든 사적인 대화가 공개되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반문했었다.
“왜 이 시점에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 같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홍 대사는 “나름대로 짐작하는 바는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며 “짐작이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학수 회장과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8,9년 전에 밥 먹으면서 어디서 한 얘기를 기억할 수 있느냐”며 시종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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