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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두산그룹 형제의 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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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두산그룹 형제의 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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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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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 비자금·분식…사실일까

두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검찰 수사로 번졌다. 박용오 명예회장 측의 진정서를 접수한 대검 중수부는 사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조만간 수사부서를 정해 본격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박 명예회장의 측근 손모씨 명의의 진정서에는 박용성 그룹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등의 비자금 조성 및 분식회계, 외화밀반출,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의혹이 망라돼 있다.

손씨는 우선 박용성 회장이 20년간 위장계열사를 운영하면서 1년에 십 수억 원씩 총 2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착복하고, 최근 이 회사를 팔아 250억원의 비자금을 추가로 조성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 회장이 부도가 나 그룹에 편입된 일경개발의 175억원 상당의 회계분식을 두산기업에 떠넘겼다는 주장도 폈다.

박용만 부회장과 관련해서는 미국 위스콘신에 계열사 자금 870억원을 동원, 뉴트라 팍이라는 회사를 세운 뒤 회사를 껍데기만 남겨 놓고 자금을 모두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손씨는 또 박 부회장이 위장계열사에 수의계약을 5년간 몰아 줘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혹이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두 사람은 사법처리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범행 시점에 따라 공소시효가 끝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횡령 액수가 50억원이 넘으면 공소시효가 10년이어서 사법처리에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수사 착수 경위가 어떠했든 좀처럼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는 대기업의 내부비리 첩보를 잡은 검찰로선 수사를 마다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일방적 주장에 불과해 수사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두산그룹 측은 “진정서 내용은 사실무근이며, 박용오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일축하고 있다. 진정서 내용을 검토한 대검 중수부 관계자도 “비위 사실에 대한 근거자료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정서를 낸 주인공이 최근까지 그룹을 이끌어온 회장이라는 점에서 내용의 신빙성이 높다는 데 검찰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언론에 공개된 A4용지 2쪽 짜리 진정서 요약본의 내용 또한 일반인이라면 알기 어려운 그룹 내부의 내밀한 정보가 상당수 담겨있다.

또 비자금 조성 및 분식회계 규모와 주체, 해당기업 등도 상세히 적혀 있다. 검찰에 접수된 원본은 30∼40쪽 분량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검찰로선 수사에 미온적일 경우 자칫 ‘재벌을 봐준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수사가 본격화하면 필연적으로 비자금 사용처를 조사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정ㆍ관계 로비 내역이 튀어 나올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수사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질 수도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과감한 그룹 재편에 나선 두산그룹은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잇따라 인수, 재계 10위로 덩치를 키웠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 박 전회장 '잘못된 父情'이 원인?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두산산업개발 경영권 탈취미수사건이다.”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이 규정한 것처럼 이번 사태는 박용오 전 회장측이 두산그룹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두산산업개발을 접수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2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전 회장측은 형제 가운데 가장 적은 0.7%의 두산산업개발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 상무로 근무하다 2001년 퇴사한 장남 박경원(41) 전신전자 대표의 사업을 도와주기 위해 꾸준히 지분을 팔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이 낮은 지분을 가진 박 전 회장이 전체 지분의 30%에 달하는 자사주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려 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라고 두산그룹 측은 설명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등으로 두산산업개발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원씨가 지난해 친구들을 동원하고 자금을 모았으며, 박 전 회장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두산산업개발의 계열분리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두산측은 밝혔다.

아들에게 무리하게 회사를 넘겨주기 위한 ‘비뚤어진 부정(父情)’이 올 초 박용성 회장 등에게 포착돼 형제들이 이를 포기하도록 박 전 회장측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은 1월 그룹 정기 인사에서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겨달라고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한 형제들에게 요구했다.

박 명예회장 등은 두산산업개발을 소유하겠다는 꿈을 접는다는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박 전회장은 두산산업개발 회장에 취임한 뒤에도 회사 소유 의사를 접지 않고 “자사주를 내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팔라”고 요구했다고 두산측은 발혔다.

자사주는 우리사주조합 지분과 달리 회사가 스톡옵션, 소각을 통한 주가 상승 유도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박 전 회장은 두 아들과 함께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게 넘겨 경영권을 확보하려고 시도했고 이를 보다 못한 형제들이 5월 가족 회의를 열어 그룹 회장 교체를 결정했다는 게 두산측의 설명이다.

특히 15일 두산산업개발이 갖고 있는 ㈜두산의 지분 12% 가량을 계열사 및 4세들에게 골고루 매각한 것도 혹시 있을 지 모르는 박 전 회장의 두산산업개발 장악을 저지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것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18일 대외적으로 회장 교체가 발표돼 두산산업개발 장악 시도가 완전히 무산되자 좌절한 박 전 회장이 측근을 통해 박용성 회장 등의 비자금 의혹 등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 박용곤 회장 중심 재편 4세 경영참여도 본격화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22일 두산산업개발과 ㈜두산의 대표이사 회장에서 사실상 해임되면서 두산그룹이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 중심으로 급속하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박 전 회장의 공격에 대비해 실질적 지주회사인 ㈜두산에 대한 두산산업개발의 영향력을 꾸준히 줄여왔던 것으로 밝혀져 박 전 회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분 구도상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두산-두산중공업-두산산업개발 순의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41.48%를 보유하고 있고 두산중공업은 두산산업개발 지분 30.08%를 가지고 있다.

두산사업개발은 또 ㈜두산에 대해 최근까지 22.88%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두산산업개발만 장악하면 두산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전 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의 계열분리 등을 주장하고 나서자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한 나머지 형제들은 15일 시간외거래를 통해 두산산업개발이 보유중인 ㈜두산 보통주 550여 만주 가운데 280만주를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 2곳과 두산그룹 4세 11명에게 3세들의 지분율에 따라 매각했다.

이에 따라 ㈜두산에 대한 두산산업개발의 지분율은 22.88%에서 12.8%로 낮아졌다. 상대적으로 인수ㆍ합병(M&A)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두산산업개발의 힘을 빼고 대신 ㈜두산 지분을 4세에게 넘겨 방어력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35) 두산산업개발 상무의 몫이 다른 4세들에 비해 약화했다.

박 상무도 이날 해임됐다. 결국 박용오 회장의 직계들이 두산그룹 경영에서 모두 퇴출된 셈이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영향력 아래 박용성 그룹 회장과 박용만 그룹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면서 ‘공동소유, 공동경영’이란 가족경영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43) ㈜두산 BG사장이 이날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으로 승진, 영향력이 커지는 등 박 전 회장 자제들을 배제한 4세 경영권 참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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