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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물에 밥 말아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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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물에 밥 말아먹기

입력
2005.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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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우면 식욕이 떨어진다. 끼니 때마다 무얼 먹기는 먹어야겠는데, 어떤 때는 자다가 일어나 밥상 앞에 앉은 것처럼 당최 먹는 일 자체가 싫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밥에 물을 붓는다.

어릴 때에도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다고 늘 야단을 들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는 밥을 물에 말아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자신들도 식욕이 나지 않으면 밥에 물을 붓는다. 나는 이걸 그냥 ‘물밥’이라고 부르는데, 원래 물밥은 굿을 할 때 무당이 귀신에게 준다고 물에 말아 던지는 밥을 말한다. 그래서 물밥이라는 말을 어른들은 질색을 하며 쓰지 못하게 했다.

어쨌거나 물에 말은 밥은 몇 번 씹지 않아도 술술 넘어간다. 다른 반찬도 필요 없다. 적당히 매운 고추 몇 개만 있으면 된다. 밥 한 술 뜨고, 된장에 찍은 고추 한 입 깨물고, 입안에 도는 매운 맛 달래기 위해 다시 밥 한 술 뜨다 보면 어느새 그릇이 빈다.

먹는 것도 부실하고, 뱃속 역시 좋을 리가 없고, 그런 사람이 제대로 힘쓸 리도 없다. 그래서 예전에 어른들은 물에 밥 말아 먹는 일꾼은 절대 두지 말라고 했다. 알고 보면 일꾼 평가법이 아니라 그런 게 바로 당시 식생활 지식이었던 것이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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