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이 아직도 혐오시설로 보이세요?”
수원 하수종말처리장이 탈 혐오시설을 선언했다. 22일 경기 화성시 태안읍 송산리에 위치한 수원 하수종말처리장. 개장 100일을 갓 지난 이곳은 이름부터 화산 ‘체육공원’이다. 인조잔디 축구장과 테니스장 농구장 게이트볼장 인라인스케이트장이 녹색 숲에 둘러싸여 있다. 그 옆에는 연못 놀이터 바비큐정원 등을 갖춘 8,500평 규모의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또 양잔디가 융단처럼 깔린 파3 골프장(9홀)이 8월 개장 예정이다.
이들 시설 밑에 하루 30만톤 처리 규모의 하수처리장이 있다는 사실은 설명을 듣지 않으면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날씨에도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저기압일 때는 약간 냄새가 난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의 말이다. 그것도 이곳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 바로 인근에 위치한 하루 22만톤 처리 규모의 제1하수종말처리장에서 새어나오는 것이다. 수원시 환경사업소는 날씨가 흐릴 경우 1차 시설에서 처리할 용량 일부를 이곳 2차 시설로 옮기는 방법으로 냄새를 줄이고 있다. 1차 시설도 2009년말이면 복개가 완료된다.
수원 하수처리장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체육시설 이용료로 시설운영비를 충당하는 경영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파3 골프장은 주중 1만5,000원, 주말 2만원의 사용료를 받고 골프연습장은 1시간 9,000원, 1개월 10만∼13만원을 받는다. 각종 구기 경기장은 4시간 사용 기준으로 테니스장은 2만∼3만원, 축구장은 13만∼17만원 선이다.
환경사업소측은 파3 골프장이 개장할 경우 연간 29억여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이 공원ㆍ체육시설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연간 11억∼12억원을 크게 웃도는 것. 수익금의 10%를 지역주민을 위한 장학기금과 노인복지지원비로 쓰고도 상당액을 하수처리장 운영경비로 돌릴 수 있게 된다. 시설 건설에 115억원을 들이고 매년 10억원의 이익을 남긴다면 일반 기업 못지않은 장사다.
이상호 기술담당관은 “어떻게 하면 하수처리장을 주민이 반대하지 않는 시설로 꾸밀까 고민하다 공원과 체육시설로 만들자는 역발상을 하게 됐다”면서 “효과가 아주 커 타 지자체로부터 견학 신청이 쇄도하는 것은 물론, 각종 상도 휩쓸고 있다”고 자랑했다.
수원시는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팔달구 화서동 서호 하수처리장(2009년 완공), 권선구 서둔동 황구지천 하수처리장(2010년 이후)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은 휴식 및 놀이, 문화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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