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동물이 없었다면 과학의 발전은 불가능했다. 전세계의 실험실에서 관찰되고, 길러지고, 배양되고, 수가 헤아려지고, 길이가 측정되고, 교배되고, 시험되고, 해부되고, 재조합된 동물들은 수많은 과학 이론과, 논쟁, 가설을 만들어냈으며 생명에 관한 지식을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랑스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카트린 부스케는 ‘생쥐, 인간 게놈을 구하다’에서 이런 동물이 어떻게 실험용으로 채택되었는지, 어떻게 이용되고 또 무슨 기여를 했는지를 밝힌다. 여기서 다루는 동물이 흔히 말하는 실험용 동물, 즉 일련의 실험을 입증하거나 무효화하는데 쓰는 모르모트는 아니다. 각광 받는 연구 재료로 선택된, 인간의 관점이긴 하지만 과학 발전을 위해 몸바친 ‘스타’ 동물의 이야기이다.
과학 발전을 위해 초파리는 눈의 색깔을 바꾸었고, 개구리는 반바지를 입었다. 1㎜에 지나지 않는 꼬마선충은 내부 기관이 투시되었으며, 생쥐는 그들의 유전자를 경매에 붙여야 했다. 집쥐는 미로를 헤매었고, 닭은 메추라기처럼 노래를 불렀으며, 제브라피시는 지느러미를 재생했고, 플라나리아는 네 동강이 났다.
하지만 그들의 기여는 막대했다. 천 개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초파리는 실험실의 여왕으로 인정 받을 만큼 유전공학 실험에 공헌했고, 모든 방향으로 몸을 비트는 꼬마선충은 족보가 확실한 1,090개의 세포로 형성되어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유기체가 가진 세포의 운명, 즉 노화의 비밀을 이해하는 기준을 알려주었다. 제브라피시의 놀라운 재생능력은 인간도 언젠가는 잃어버린 신체 부위를 재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가장 심각한 수난을 당한 동물은 역시 생쥐다. 하지만 생쥐의 역할을 갈수록 커져 간다. 특히 최근에는 인간 유전자의 기능을 더 세밀하게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보다 생쥐의 유전자 염기는 15% 정도 적을 뿐이며, 각각의 게놈은 3만개로 유전자 수가 같다. 또 인간과 생쥐 유전자의 90% 이상이 비슷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고, 약 80%는 동일한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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