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정지용(鄭芝溶ㆍ1902~?) 시인의 시비가 모교인 일본 교토(京都) 도시샤(同志社) 대학 교정에 서 있는 윤동주(1917~45) 시인의 시비 곁에 나란히 세워진다.
충북 옥천문화원(원장 이인석)과 지용기념사업회는 22일 “정지용 시인이 유학한 도시샤대 교정에서 10월 30일 고인의 고향인 옥천 지역 관계자와 한일 양국의 문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비 제막식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시샤대에는 ‘서시’가 새겨진 윤동주 시비가 1995년 세워졌다. 윤동주 시비와 7㎙ 가량 사이를 두고 세워질 지용 시비는 가로 1.8㎙, 세로 1.2㎙ 크기의 반원 형태로 조각가 신동수(39ㆍ백제조각원장)씨가 제작할 예정이다. 건립 비용 1,700만원은 옥천군이 지원한다.
지용 시비에는 교토 도심을 흐르는 하천인 가모가와(鴨川)의 풍경을 ‘가모가와 십리ㅅ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여울 물소리....’라 특유의 서정과 운율로 노래한 지용의 작품 ‘압천’이 한글과 일본어로 새겨진다.
도시샤 대학은 지용이 유학시절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로 시작하는 대표작 ‘향수’를 발표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친 곳. 지용은 1923년 이 대학 영문과에 입학했고, 윤동주 시인은 옥고를 치르기 직전인 1942~43년 이 대학 영문과를 다녀 두 사람은 같은 과 선후배 사이다.
이인석 옥천문화원장은 “도시샤대와 그간 지용 시비 건립을 논의해오다 두 달 전 제18회 지용문학제를 찾은 부총장과 건립계획을 확정했다”고 경위를 밝혔다. 이 원장은 “옥천 돌로 시비를 만들어 배 편으로 옮길 예정”이라며 “시비 건립 후 지용이 교복을 입고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 건립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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