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1일 전격 단행한 위안(元)화 평가절상 조치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에 앞서 단행된 제스처라는 분석이다.
올 9월 조지 W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이 선물한 정치ㆍ외교적 조치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한 ‘위안화 10% 절상’ 이 합의될 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콩 소재 JP모건의 프랭크 공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이 최소한 연내 추가로 5% 가량 평가 절상하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환율개혁의 내용 및 시기, 방식 등을 자체 개혁에 따라 위안화를 2% 평가절상 한다고 발표했지만 절상폭을 상하 0.3%로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에 국제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적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달러화에 연계된 위안화 페그제를 폐지하고 22일부터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어떤 외국통화로 바스켓을 구성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미국 달러와 일본 엔, 유로화 등을 연동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싱가포르식 바스킷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판강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위안화 절상이 예견됐기 때문에 중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은 크지 않겠지만 단기적 명암이 엇갈릴 수 밖에 없다”며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중국국가통계국도 이번 조치로 수출증가율이 지난해의 35.4%에서 10%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추가 절상이 이어질 경우 올해 수출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수출업계가 가장 불안해 하고 있다. 섬유 수출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에 주로 의존하는 수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률 확대 등 수출촉진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계도 좌불안석이다. 취약한 금융시스템으로 인해 충격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25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각각 지원 받는 건설은행과 중국은행은 재정 건전성이 더 떨어질 것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핫머니(투기자금)의 급격한 유출로 통화불안감이 확대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한편 위안화 절상에 대한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상당기간 준비해 왔기 때문에 자국 경제에 종합, 치명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에너지 자동차 통신 등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유업에 대해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의 경우도 중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가격전쟁이 촉발되겠지만 주력 시장인 저가 시장에는 커다란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업은 설비업체의 수출에 당분간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서비스업체는 오히려 강한 위안화를 바탕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베이징=송대수 특파원 dssong@hk.co.kr
■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란
자국과 교역비중이 높거나 외환시장에서 자주 거래되는 몇 개국 통화를 한 바구니(바스켓)에 담듯 묶어 그 거래량의 가중 평균을 산출하고 여기에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환율을 결정하는 제도다.
바스켓에 담을 외국 통화의 구성방법은 통화당국이 결정하는데, 이는 공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바스켓제도는 페그제(고정환율제)에서 자유변동환율제로 옮겨가는 중간단계로 과거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썼다.
중국은 이번에 바스켓제도를 도입하면서 환율변동폭을 하루 ±0.3%로 제한했다. 바스켓제도를 기반으로 한 일종의 관리변동환율제인 셈이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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