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고위간부와 중앙 일간지 사주가 16대 대선 자금 지원문제를 논의했다는 언론보도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MBC가 김영삼 정부 시절 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 테이프 중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테이프 하나를 입수하면서 발단이 된 일이다.
법원은 도청테이프 자체가 불법임을 들어 그 원본과 실명 보도를 금지토록 했지만 여기에 담긴 대화 내용은 그 진위를 밝히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 없는 일들이다.
당사자들이 불법 도청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국가기관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입장이다. 그러나 여러 대선 후보들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정치권으로부터 얻은 정보로 기업 정책에 관한 조언을 주고 받았다는 등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도청의 불법성과는 별개로 규명해야 한다.
알려진 대화 내용은 정경ㆍ권언 유착 및 개입의 적나라한 현장 기록이다. 테이프 논란은 정치자금법이나 통신비밀 보호법 상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사주가 불법 자금 지원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면 이는 언론의 이름을 무색케 하는 끔찍한 윤리적 도덕적 타락이다. 국민은 진실을 알아야 한다. 검찰이 나서야 할 대목이 있다면 나설 필요도 있다.
홍석현 주미 대사와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이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테이프에 대한 직접 접근은 차단된 상태이다.
물론 내용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도청의 불법성으로부터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사유는 여전하다. 두 사람은 테이프 내용에 대해 ‘오래 전의 일이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해명이 국민에게 온당하게 받아들여질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는 이번 보도에 거론되는 관련 당사자들이 법의 차원을 넘어 진실을 밝히고 해명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알 권리도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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