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펭귄이 엄마의 고함 소리에 놀란 나머지 그만 온몸이 이리저리 흩어져 날아가버린다. 머리는 우주까지, 몸통은 바다로, 꼬리는 거리 한복판에, 날개는 밀림에, 부리는 산꼭대기로. 남은 건 두 발 뿐이다. 아기 펭귄은 몸을 되찾을 수 있을까.
독일 작가 유타 바우어가 쓰고 그린 이 그림책은 어른의 말 한마디에 산산조각 나 버린 아이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고함 소리에 놀라 몸통이 흩어져버린다는 발상이 기발하다. 이 작고 예쁘장한 그림책은 익살맞고 사랑스럽지만 슬프기도 하다. 몸통을 잃어버린 아기 펭귄의 두 발이 한없이 걸어가는 장면은 막막하고 서러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면 엉엉 울고 싶어질 텐데, 드디어 엄마가 등장한다. 엄마 펭귄은 사방팔방 흩어진 아기 펭귄의 몸들을 찾아서 한데 모아 꿰맨다. 마지막으로 발까지 찾아서 다 꿰맨 뒤 엄마 펭귄이 말한다. “아가야, 미안해.”라고. 아기 펭귄의 상처입은 마음을 보듬어 안는 따뜻한 말. 지켜보는 우리도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어른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뜨끔하겠다. 아이들은? 아기 펭귄에게 일어난 놀라운 사건에 눈이 동그래졌다가 표정이 심각해졌다가 안심하며 책장을 덮을 것 같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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