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년 전통의 명문재벌 두산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국민을 어리둥절케 한다. 두산그룹은 21일 그룹 사장단회의를 열고 박용오 ㈜두산 명예회장을 그룹 및 가족에서 퇴출시키기로 결정한데 이어 어제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두산산업개발, ㈜두산 대표이사 회장직 해임을 결의했다.
이에 앞서 박 명예회장은 박용성 그룹회장, 박용만 ㈜두산 부회장과 그 측근들이 분식회계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외화를 밀반출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우리는 양측 주장의 시시비비를 가릴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진흙탕 싸움이 재벌가 내부의 경영권 다툼에서 비롯됐으면서도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불법외화 반출 등 경영비리 의혹이 가족에 의해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간단히 넘길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두 번에 걸친 ‘왕자의 난’을 경험한 우리는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을 통해 재벌경영의 한계와 문제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셈이다.
양측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하다. 지난 96년 박용곤 당시 회장이 동생인 박용오씨에게 그룹회장직을 넘기고 지난 18일에는 박용성씨가 그룹회장직을 승계, 겉으로는 ‘가족 공동소유 공동경영’의 아름다운 전통이 지켜진 것으로 비쳤으나 물밑에선 핵심기업의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의 치열한 공방이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 분쟁이 기업 내부비리 고발로 번진 상태라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게 됐다. 성공적 구조조정과 업종전환을 통해 제2의 도약기를 맞은 두산그룹으로선 91년 ‘페놀사건’이후 최대 위기다.
우리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원만히 수습돼 기업의 피해가 최소에 그치기를 바란다. 특히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멀쩡한 기업이 국제 투기자본의 먹이가 되는 우는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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