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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음식 - 박재은의 음식이야기 - 비가 오면… 칼국수·수제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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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음식 - 박재은의 음식이야기 - 비가 오면… 칼국수·수제비 생각난다

입력
200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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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행 중에 지친 다리를 쉬려 어느 카페에 들어섰었다. 때는 6월 말, 이제 막 소나기가 쏴 하고 퍼붓는 끈끈한 계절이 시작 될 즈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은 지 십 여분 만에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나를 비롯한 카페 안의 손님들은 갈증을 풀어주는 생맥주나 백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비가 내리니 재미난 현상이 일어났다.

손님들이 모두 ‘양파 스프’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비만 내리면 부침개 생각이 절로 나듯이 그네들은 뜨끈한 스프 한 그릇이 의례히 당기는지.

♡ 프랑스식 양파 스프

장마도 다 끝나고, 찜통 더위가 한창인 마당에 웬 비오는 날 타령이냐고 혹자는 물을지도 모르겠다. 열대야 때문에 밤마다 집 앞 공터에 텐트를 치고 새벽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읽으면 고개를 갸웃 할지도.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시원한 빗줄기가 한 바탕 쏟아져서 도시를 계곡처럼 식혀주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프랑스 사람들의 일상식인 ‘양파 스프’는 우리로 말하면 해장국이나 만만한 ‘탕’쯤 되겠다. 양파를 왕창 썰어 넣고 버터에 볶다가 물을 붓고 끓여서 육수를 만들면 되는, 정말 쉽고 재료비도 헐한 요리.

프랑스 사람들은 과음한 다음날이나 몸이 아플 때 끓여 먹는다. 여기에 바게트를 두껍게 썰어 넣고 그 위에 치즈를 녹여서 먹으니(마치 우리가 국에 밥을 말듯이) 든든하기 그지없다.

호밀 반죽으로 얇게 전병을 부치고 사과 졸임과 염소 치즈를 넣어 돌돌 말아서 곁들이면 금상첨화. 목구멍을 톡 톡 건드려주는 애플 사이더(사과로 만든 발효 술로 알콜 농도 4% 내외)로 마무리하면 전형적인 프랑스 가정식이다. 양파 스프와 비슷하게 우리 집에서 끓여 먹는 것은 양파 당면 국인데, 역시 내 엄마의 레서피다.

조리법은 양파 스프와 비슷해서 마구 썬 양파를 표고버섯과 함께 왕창 볶다가 물을 붓고 끓여서 육수를 만들어 낸다.

밍밍하다 싶으면 여기에 소고기를 몇 조각 넣기도 하고. 양파가 흐물흐물해지도록 끓인 다음 고춧가루 아주 약간에 다진 마늘 약간, 그리고 당면을 넣는 거다. 이거 역시 몸 아프거나 속 아플 때(!) 특효다.

♡ 닭 완자 수제비

나는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지 비가 오면 칼국수나 수제비 생각이 난다. 팔 힘 좋으신 주인 아줌마가 손으로 밀어서 이따만한 칼로 뚝뚝 썰어 낸 손칼국수에 뽀얀 국물이면 된다.

성북동 길상사에서 절을 하다가 비를 만나면 혜화동 로터리까지 한걸음에 뛰어 칼국수 집으로 들어가는데, 허름한 간판만큼 오래 된 맛이다. 이 집의 메뉴는 칼국수, 납작 불고기 그리고 빈대떡에 직접 담근 매실주니 비 오는 날 신 벗고 앉아서 시간 보내기에 최고.

집에서 해 먹기 좋은 메뉴는 칼국수보다 수제비다. 칼국수 반죽은 면발이 관건이라 노하우가 필요한데, 그나마 수제비는 손의 감(?)을 살려서 툭툭 떨어 익히며 되니까.

요즘은 밀가루의 다양화로 인해 녹차 가루를 섞어 넣은 녹색 밀가루나 뭐 그런 재미난 식재료도 많아서 좋다. 수제비도 녹차 밀가루 반죽으로 떠서 제법 이색적으로 연출할 수 있으니까.

특히나 나처럼 닭 국물에 다진 닭으로 만든 완자를 허옇게 띄울 것이면 녹 빛이 감도는 수제비가 더 맛있어 보인다. 닭 완자는 동남아나 중국에서 즐겨 먹는 여러 종류의 완자를 보고 착안한 것인데, 고기 완자의 배부른 맛이 빠져서 먹기에 부담 없다.

다진 닭 가슴살에 계란과 빵가루, 소금, 후추 등으로 농도와 간을 맞추고 열심히 치댄 다음 동글게 빚으면 그만. 냉동에 두었다가 수제비 끓일 때 몇 알씩 넣는다. 완자는 서양 음식의 ‘미트 볼’과 거의 같은 맛이니 인스턴트 스파게티 소스와 섞어서 파스타 면에 비비면 그 맛도 그럴 듯하다.

특히 얼마 전 여름 감기를 호되게 알았던 내가 닭 가슴살로 기력을 회복한 이후에는 더 자주 찾게 되는 메뉴이니 다들 꼭 시도해 보시라. 기름이 거의 없고 근육 섬유로 만들어진 닭 가슴살을 스파게티에 비벼먹든, 수제비에 넣어 먹든 여름에 어울리는 저칼로리 보양식이니까.

아무튼 비오는 날 고춧가루 팍팍 뿌려서 완자를 볶다가 육수 붓고 수제비 떠서 상에 올리고, 야채 끄트머리 다져서 남은 밀가루 넣고 전 하나 부쳐내면 피맛골의 ‘열차집’ 안 부럽다.

서로 서먹서먹하던 소년, 소녀가 ‘소나기’에 함께 갇혀 버린 상황에서 정(情)이 생기는 황순원 선생의 ‘소나기’. 어릴 적 교과서에서 읽고 느낀 그 민망하도록 가슴 뛰던 감상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열 살 때 읽은 어느 대목에 함께 비를 피에 쪼그리고 있던 소년 소녀의 입김은 내게 ‘비’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으니. 그래서 ‘비’가 내리면 런닝 셔츠에 땀이 배도록 가슴을 콩닥거리던 소년이, 무언지 모르는 기쁨에 들뜨던 소녀가 서른 둘 먹은 내 안에서 깨어난다.

♣ 양파 스프

양파 2개, 버섯 약간, 映?약간, 월계수 잎1장, 버터50그램, 육수, 통후추, 바게트, 치즈

1. 냄비에 버터를 녹이고 잘게 썬 양파와 버섯, 당근을 볶는다.

2. 1에 육수와 물을 붓고 월계수 잎을 넣어 양파가 푹 익도록 끓인다.

3. 2에서 월계수 잎을 빼 내고 스프 볼에 1인분씩 담아 살짝 구운 바게트를 넣는다.

4. 3위에 치즈를 올리고 전자 레인지에 뜨겁게 데워서 치즈를 녹인다.

**오븐용 그릇이면 오븐에 넣어 치즈를 더 갈색 나게 구울 수 있다**

♣ 닭 완자 수제비

닭 가슴살 1조각, 계란 1개, 빵가루 1/2컵, 소금, 후추, 생강가루 약간, 닭 육수, 양파 1/2개, 감자 1/2개, 고춧가루, 김 1장, 밀가루.

1. 닭 가슴살은 다져서 계란 흰자, 빵가루, 소금, 후추와 생강가루 약간을 넣고 치대어 반죽을 만든다.

2. 1을 완자로 동글게 빚는다.

3. 냄비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2의 완자와 다진 양파, 감자, 고춧가루를 넣고 볶는다.

4. 3에 육수와 물을 붓고 끓인다.

5. 4에 밀가루 반죽을 수제비로 떼어 넣어 익힌다.

6. 5를 대접에 담고 구운 김을 가루 내어 뿌린다.

**조리 마지막에 청양 고추를 넣어도 좋다**

푸드 체널 ‘레드 쿡 다이어리’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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