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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 가보셨나요/ 남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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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 가보셨나요/ 남산길

입력
200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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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길은 중년이 넘은 세대에게는 케이블카를 타고 팔각정을 돌아 걷던 데이트코스로 기억되겠지만, 젊은이들에게는 홍상수의 영화 ‘오 수정’ 등에 나오는 심드렁한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곳일지 모른다. 여느 길처럼 남산길도 여러 면모를 가지고 있지만, 장충단길~남산공원길~소월길~소파길로 이어지는 코스는 지척에 있지만 잘 몰랐던 역사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역사탐방로이기도 하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면 금상첨화다.

역사 탐방은 장충단길부터 시작하면 좋다. 장충단공원을 끼고 국립극장까지 연결된 이 길에는 사명대사, 이준 열사, 류관순 의사의 동상이 서 있다. 반대편 남산도서관 쪽인 소월길과 소파길에 있는 안중근 의사, 김구 선생, 이시영 선생의 상까지 이곳에는 6명의 항일ㆍ독립운동 관련 인물상이 있다.

장충단공원은 을미사변 당시 궁성수비대장 홍계훈 등 명성황후를 지키다 순직한 병사들을 기리는 장충단비, 1919년 파리세계평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보낸 유림을 기리는 한국유림독립운동파리장서비 등 비석들도 여럿 서 있는 항일 역사의 성지다. 이들 항일 조형물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0년대말~70년대초에 집중적으로 세워졌고, 국립극장 옆에 우뚝 솟은 19㎙ 높이의 대형 3ㆍ1독립운동기념탑은 김대중 정부 때인 99년에 건립됐다. 한국어를 순정하게 가꾼 문인들의 시비도 많다. ‘산유화’가 실린 김소월 시비, ‘파초우’가 새겨진 조지훈 시비, 외솔 최현배 선생의 시 ‘임’을 새겨놓은 기념비 등이다.

올해 5월부터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남산공원길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조선의 500년 도읍이었던 서울의 역사와 도시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흔적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타워호텔 인근에는 서울 4소문의 하나였던 남소문 터가 남아있다. 이곳이 한강과 가까워 수운을 관장하는 전략 요충지였음을 알게 한다. 천천히 남산타워까지 올라가다 보면 복원된 서울성곽, 나라의 굿을 지내던 국사당 터, 봉수대 등도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30년간 매일 남산을 찾고 있다는 김양원(63) 장충체육회 회장은 “남산에서 역사를 공부하려는 이들을 위해 문화유산해설사를 배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구문화원 김동주(45) 총무과장은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남산의 길은 첨단 상권인 명동, 충무로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리”라며 “여전히 차량 통행 위주로 돼있는 동선을 바꾸는 등 사람들이 걸어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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