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수사가 끝날지도 몰라요. 아이만 생각하면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아요. -프랑스 파리에서 ○○엄마가”
국제마약밀매조직의 운반책으로 검거된 장모(35ㆍ여)씨가 프랑스 외딴 섬의 교도소에서 한국의 남편에게 보낸 편지에는 늦둥이 딸(4)에 대한 애닯은 심정이 절절하게 묘사돼 있다.
장씨는 남편의 후배 말에 속아 남미의 가이아나 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장씨는 “남미에서 유럽으로 금광 원석을 운반해주면 400만원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지난해 10월20일 비행기에 올랐다.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며 자신을 형수라고 불렀던 조모(38)씨의 말이었기에 철썩 같이 믿었다.
그러나 장씨는 가이아나에서 여행가방 2개를 건네 받아 프랑스로 옮기라는 지시를 받고 비행기를 탔다가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 세관 검색대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가방 속에는 37kg의 코카인이 들어 있었다. 장씨는 ‘마약인 줄 몰랐다’며 완강히 혐의 사실을 부인했지만, 콜롬비아 최대 마약조직인 칼리카르텔의 마약운반범으로 몰렸다.
1990년대 초반 콜롬비아 칼리 지역을 무대로 생겨난 칼리카르텔은 당시 최대 조직이었던 메데인카르텔을 누르고 유럽 밀매를 독점한 조직으로, 95년 6월 두목이 정부 당국에 체포될 때까지 전세계 코카인 거래량의 80%를 밀거래하며 매년 80억달러를 벌어들인 지하 세계의 큰손이다. 장씨를 범행에 끌어들인 조씨는 칼리카르텔과 연계해 마약운반이 성공할 경우 1인당 2만 달러를 받기로 한 모집책이었다.
장씨는 마약소지 혐의로 구속돼 프랑스 듀크스교도소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장씨의 남편 윤모(46)씨는 “형편이 어려워 면회도 한 번 못 갔다”며 “돈 몇 푼에 빠져서 우리 가족이 이런 일을 겪을 줄은 몰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제마약밀매조직이 최근 들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마약청정 지역인 한국인을 마약운반책으로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조영곤 부장검사)는 21일 칼리카르텔과 직접 연계해 남미에서 유럽으로 코카인을 이송하는 운반책으로 한국인 10여명을 끌어들인 조씨 등 4명을 적발, 이중 2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남미 수리남에서 체류하면서 칼리카르텔과 자발적으로 접촉한 조씨 등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가정주부, 회사원, 유학생 등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 3월에는 이들이 포섭한 운박책 중 이모(40)씨가 코카인 11.5㎏을 페루에서 네덜란드로 반출하려다 페루 리마공항에서 검거됐으며, 곽모(45)씨 등 5명은 지난해 7월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코카인 50㎏을 운반했으나 수사기관에는 적발되지 않았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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