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연세가 높으신 분을 만나 뵐 때는 늘 부모님이 뭘 하시냐고 묻는다. 존경심이 물씬 묻어나는 어조로 “아버지는 까우찌 꿍청쓰인데 공돌이입니다”라고 대답하면 묻는 분께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 “그리 말하면 안된당께, 공돌이는 안 좋은 표현인겨!”라고 바로 잡아 주시곤 했다.
중국어의 ‘까우찌 꿍청쓰’를 한자로 옮겨 적으면 ‘고급 공정사(高級 工程師)’이다. 이는 한국의 ‘기사(技師)’에 해당되는 자격이니 속된 표현을 빌리면 아버지는 이공계열의 ‘공돌이’인 셈이다.
이상한 것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공돌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아직도 이공계열 전공자나 기술직을 하대하는 인식이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이공계열 출신자나 기술직에 대한 평가가 높다. 공정사는 국가기술고시를 통과한 자만이 받을 수 있는 자격증으로 변호사, 의사, 교수의 지식수준과 동등한 높은 대우를 받고 있으며 대부분이 기업체와 정부 기관단체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립되면서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급선무였고 특히 개혁개방 이후에는 더더욱 생산성의 창출과 실무 능력이 있는 정책 담당자들이 대거 필요했다.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대안이 바로 이공계 전공의 확충과 발전, 실무 전공자들을 공직 사회로 대거 영입하는 작업이었다.
현재도 이공계 국비 장학생을 적극적으로 해외유학을 보내고 있으며, 이들을 다시 국가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석사는 일반 봉급자 연봉의 10-20배, 박사는 20-30배의 국내 정착금과 연구개발비를 일시불로 무상 지원하고 아파트까지 영구 임대해 준다.
지금 세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자동차, 생명공학 등 이공계 관련 지식들이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인문계 출신이지만 한국에서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물론 유능한 인재들이 연구 단지나 국가 연구원에서 비정규직 고용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연구 의욕을 상실하는 실정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무겁다.
최근에 정부에서는 이공계 진학 시에 장학금 등 학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분명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그러나 등록금 때문에 굳이 전망이 어두운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공계가 중시 받는 풍토를 만드는 정책을 펼쳐 나가는 게 해답일 것이다.
추이진단 중국인 한신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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