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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여행 - 실학 잉태지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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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여행 - 실학 잉태지 '강진'

입력
200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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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나루 강진(康津). 조각칼로 예리하게 파낸 듯 길쭉한 홈이라도 닮은 듯 강진만은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다. 완도, 청산도, 보길도에서 걸러진 남해의 바닷 바람을 고금도가 한번 더 막아주고, 동서 양편으로 천관산과 두륜산까지 두르고 있으니 강진의 기름진 들판과 갯벌은 거센 풍파 걱정 없이 언제나 평안하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답사 1번지’로 칭한 강진은 지금도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손에 들고 찾는 답사객들로 줄을 잇고 있는 곳이다. 질박한 땅 강진 답사의 첫 걸음을 백련사에서 시작했다.

강진읍 바로 아래의 만덕산 자락에 올라선 백련사는 고려 시대에는 8국사를, 조선 시대에는 8대사 등 큰스님을 배출했던 곳이다. 규모는 대단치 않지만 걸쭉한 강진만을 품은 경관 만큼은 호쾌하다.

절 바로 옆은 동백의 숲이다. 300~500년 된 7,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하늘을 덮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 151호로 지정된 소중한 곳이다. 지금 붉은 동백은 없지만 세월에 뒤틀린 노목(老木)의 꿈틀거림 만으로도 신비감을 자아낸다. 이 동백숲에서 산허리를 몇 굽이 돌아 서면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을 했던 다산초당으로 가는 산길이 시작된다.

다산이 인간적, 사상적 영향을 주고 받았던 백련사의 주지 혜장(惠藏)스님을 만나러 다니던 길이다. 길이 800m되는 이 기분 좋은 숲길을 ‘다산 오솔길’이라 부르는 이유다.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품은 만덕산(408m)은 예부터 야생 차나무가 지천이었다. 정약용이 자신의 호를 다산(茶山)이라 한 연유는 이에 있다. 두어 사람 함께 걷기 좋은 흙길 양 옆에는 야생 차나무가 줄지어 고개를 내민다.

짙은 잎들은 구슬만한 초록의 차 열매를 품고 있었다. 유난히 차를 사랑했던 다산에게 이 길은 그저 백련사로 가는 통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살아있는 차와의 호흡을 내심 반겼으리라.

약간의 고갯길을 지나며 몸 속의 노폐물은 땀으로 뿜어지고 그 땀이 부른 푸른 바람에 몸과 머리가 상쾌해진다. 다산초당에 다 와서 강진만을 바라보는 벼랑 위에 ‘천일각(天一閣)’이라는 정자가 서 있다. 다산이 고향을 그리고, 함께 유배돼 흑산도로 간 형 약전을 그리워했다는 곳이다. 당시에 없던 누각은 1975년에 세워진 것이다.

천일각 바로 아래 송림 우거진 컴컴한 뜨락에 다산초당이 있다. 다산이 강진 유배 18년중 10년을 머물렀던 곳이다. 후학도 양성하고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책을 저술한 조선 실학의 산실이다. 마당의 한 아름 되는 널찍한 바위는 다산이 차를 끓이던 부뚜막이다.

다산이 직접 새긴 ‘정석(丁石)’이란 글씨와 제자와 함께 만든 연못들이 당시의 다산을 생각케 한다. 초당 바로 옆의 ‘약천’은 다산이 직접 팠다는 샘물. 맑고 시원한 물맛이 오솔길을 걷느라 생긴 갈증을 풀어주는 데 그만이다.

초당 아래에는 다산의 제자 윤종진의 묘가 있다. 무덤 앞의 귀여운 동자석이 시선을 잡아 끈다. 마을 아래 폐교에 지어진 다산 유물 전시관까지도 녹음 짙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왼편은 소나무숲, 오른편은 대나무숲이다. 솔잎에 스쳐 곱게 채쳐진 바람 소리와 서걱서걱 댓잎이 가른 바람 소리가 두 귀를 즐겁게 한다.

백련사와 함께 꼭 들러야 하는 강진의 사찰을 꼽는다면 월출산 자락의 무위사(無爲寺)다.

조선 초기에 지어진 극락보전(국보 제13호)은 백련사 대웅전에 비교하면 무색 무기교라 할 수 있는 주심포 맞배지붕의 건축 양식. 무심한 듯 그어진 지붕과 기둥의 선들이 빚어 내는 조화가 소박하고 정갈하다. 수수한 외부와 달리 극락보전 안은 황토벽에 그려진 수월관음도 아미타삼존불 등 화려한 벽화를 담고 있다.

무위사 인근의 강진다원은 32ha에 이르는 넓은 차밭. 월출산의 기묘한 산세와 어울려 초록의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월출산의 금릉경포대는 커다란 바위들이 포개진 계곡으로 강진 주민들이 피서를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그 밑의 월남리는 아직도 돌담옆에 소가 누워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옛 시골의 냄새가 가득한 작은 마을이다.

이 곳에 남아있는 월남사 3층 석탑과 진각국사비로 보아 사찰의 규모가 장대했음을 짐작케 한다. 강진읍내의 영랑 생가에서는 아직도 시인의 맑은 시심이 살아 있는 듯 하다.

강진=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강진 청자 문화제 30일 개막

전남 강진은 청자골. 고려 청자의 본향이다. 전국에서 발견된 가마터 400여곳 중 강진군 대구면 일대에 집중돼 있다.

현재 보물급 이상 청자의 80%가 이 곳 강진에서 나왔다. 영롱한 신비의 색 청자의 빛은 비취를 닮았다 해서 비색(翡色)이라 불린다. 하지만 강진에 서면 그 빛이 바로 강진 자연을 닮았음을 알 수 있다.

깊은 숲의 짙은 초록,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맑은 하늘빛, 그리고 뻘밭의 회색빛을 머금은 강진만의 야릇한 푸름을 합치자. 바로 그 청자빛이다.

고려말 이후 갑자기 끊겼던 청자의 맥을 되살린 강진군은 대구면 고려청자도요지에서 30일부터 8월 7일까지 제10회 강진 청자 문화제를 연다. 4년 연속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최우수 문화 관광 축제답게 내실 있는 행사로 인기가 높다. 청자 생산의 비법 등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고 다양한 체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흙을 밟고 메로 쳐 보는 청자 흙 만들기, 점토를 말아 올려 모양을 빚는 청자 코일링, 나만의 청자 문양 넣기, 전통 발물레 차기 등 다양한 청자 빚기 행사가 마련됐다.

청자 축제 때는 옛 방식을 따라 장작으로 가마를 땐다. 이 때 나오는 청자는 일반 가스 가마에서 굽는 청자 가격의 5~6배가 넘지만 찾는 이들이 많아 현장에서 경매로 판매한다.

청자문화제에서는 하신 베틀 놀이, 영동 별신굿 등 남도 전통 문화 공연 한마당도 함께 한다. 강진군 문화관광과 061)430-3807 www.ganjinfes.or.kr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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