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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폭로 진흙탕 싸움… 두산 도덕성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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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폭로 진흙탕 싸움… 두산 도덕성 타격

입력
200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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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형제의 난’도 역시 오너간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됐다. ‘아름다운 형제 경영 승계’ 이면에 숨겨져 있던 재산 싸움은 결국 내부 비리 폭로, 가문 퇴출 등으로 이어지면서 재계 서열 10위로 급부상한 두산그룹을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

■ 두산그룹 설명

두산그룹은 18일 가족 회의를 열어 고 박두병 초대회장의 차남인 박용오(68) 그룹 회장을 ㈜두산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게 한 뒤 3남인 박용성(65) 두산중공업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박용오 회장이 1996년부터 10년간 그룹 회장직을 맡았고 고령이라는 점 등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실상은 박용오 회장이 그룹을 장악하려 했기 때문이었다고 두산그룹측은 전했다.

박용오 회장이 장남 박경원(41) 전신전자 대표와 함께 지난해말 그룹 지주회사격인 ㈜두산의 지분 22.8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두산산업개발을 차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41.5%를, 두산중공업은 다시 두산산업개발 지분 30.8%를 갖고 있어 두산산업개발을 독차지해 그룹경영권을 장악하려 했다는 것이 두산그룹측 설명이다. 당시 박 회장은 두산산업개발 지분을 팔아 사업부진을 겪고있던 경원씨를 지원해주면서 형제 가운데 가장 낮은 0.7%의 지분만 갖고 있었다.

올 초 박용오 회장의 이 같은 시도를 적발한 형제들은 가족 회의를 열어 박용오 회장에게 그룹 회장에서 조용히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만 박용오 회장은 당시 두산산업개발을 계열 분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형제들은 이를 거절했고, 맏형인 박용곤(73) 그룹 명예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열어 박용오 회장을 물러나게 했다.

특히 박용오 회장은 18일 인사에서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 상사BG 사장이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으로 승진한데 대해 강력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4세 경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경영권 승계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 박용오 회장 주장

반면 박용오 회장은 “박용성 회장 등이 개인 비리를 저질러 회사가 망해가자 회사 전체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우량 회사인 두산산업개발 만이라도 독자경영을 하는 방안을 건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박용오 회장은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50) 부회장, 박 회장의 장남인 박정원(37)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이 위장 계열사를 운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고, 해외로 재산까지 빼돌렸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박용오 회장측 관계자는 “당초 박용곤 회장이 주류, 박용오 회장이 건설, 박용성 회장이 중공업을 맡기로 약속했으나 박용곤 회장이 건설쪽에 욕심을 내면서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룹 지분 구도상 박용오 회장은 일단 그룹 내에서 갖고 있던 모든 직함을 박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임시주총 등을 열어 박용오 회장이 법적으로 갖고 있는 ㈜두산 대표이사 회장,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직 등을 몰수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109년의 역사를 가진 두산그룹과 오너 일가는 1991년 ‘페놀사건’이후 가장 큰 상처를 입게 됐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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