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이 재개되고 남북 관계가 데탕트를 맞음에 따라 한반도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있다. 26일부터 열릴 제4차 6자 회담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남북 간 교류ㆍ협력 사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계기로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고 한반도 평화 정착 기조를 확고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반도 분위기는 순조로운 반면 주변 동북아 정세는 기류가 고르지 못하다.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을 놓고 중일 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개발 중인 ‘춘샤오’ 가스전 인근에다 최근 일본이 자국 민간 회사에 가스전 시굴권을 허가해 준 것이 발단이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 주권과 이익에 대한 심각한 도발과 위반”이라는 성명을 낸 바 있고, 민간 부문에서는 “강력한 응징”과 “군사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번 사안은 영토와 관련된 것이라 지난 봄 역사 교과서 왜곡을 둘러싼 중일 간의 갈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대형 순시선을 현지에 파견하기에 이르렀다.
-6자 회담에도 악영향
중국과 일본은 6자 회담의 당사국으로서 두 국가 간에 이 같은 외교적 긴장 관계가 생기면 6자 회담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 어렵사리 재개되는 6자 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이 같은 역내 긴장 유발 행동이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6자 회담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들의 관계가 좋아야 회담이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열릴 수 있으며, 동북아 역내 환경이 순조로워야 북 핵 문제도 풀기가 쉬워진다. 동북아 질서에 긴장이 있고 갈등요인이 있으면 북 핵 문제를 푸는 데 결국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은 북한과도 관계가 매우 나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2002년 평양을 방문하여 북일 관계 정상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지만 결과는 북일 관계의 악화만이 남았다. 한국 정부의 미래지향적 노선 덕택에 겨우 우호적인 성격을 지탱해 오던 한일 관계도 독도 영유권 문제와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로 갈등 관계에 놓여 있다.
일본이 역내 국가들과 이렇게 나쁜 관계를 갖고 어떤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것인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질서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간 걱정이 아니다. 일본은 요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고 하는데 이웃 국가들과 적대적이거나 비우호적인 관계를 갖고서 어떻게 국제사회의 지도국이 되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은 동북아에서 이웃 국가들과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더 큰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 출발로 다음과 같은 일들을 촉구하고자 한다.
첫째, 자신의 정체성을 서양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아시아에서 찾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미일 동맹 체제에 대한 일방적 의존은 자신에게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도 곰곰 생각해주기 바란다.
둘째, 과거사를 보편적 해결 원칙에 따라 정리하기 바란다. 과거에 대한 깨끗한 정리 없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다질 기초가 없다. 이 기초는 일본의 자발적 역할에 의해서 마련되는 것이 최선이다.
-북일교섭등 적극적 역할을
셋째, 북일 교섭 재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가능한 한 정치적 돌파구를 만들어 북일 관계 정상화 과제에 새롭게 도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이번 6자 회담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는 데에서 앞의 여러 일들에 대한 출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일본은 6자 회담에서 거의 기여한 바가 없다고 할 정도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이번에는 일본이 적극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이웃 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돌파구를 찾기 바란다.
이수훈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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