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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친절한 금자씨 - 소름끼칠 '친절한 복수' 그러나 불친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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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친절한 금자씨 - 소름끼칠 '친절한 복수' 그러나 불친절한…

입력
2005.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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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자(이영애)씨는 친절하다. 신부전증으로 고통 받는 동료 여죄수를 위해 기꺼이 신장을 내주고도 생글생글 미소 짓고, 무지막지한 횡포를 당한 여린 동료를 위해 ‘마녀’ 방장에게 비누와 락스로 통렬한 일격을 가한다.

친절함에 반한 동료들은 당연하게도,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의 복수를 기꺼이 돕는다. 그들은 “언제 죽일 거야?… 맛있는 것일수록 나중에 먹는 그런 맘?”이라며 그녀의 거사를 적극 후원하고 부추긴다.

그런데, 사실 그녀의 친절함은 위선이다. 그녀의 교도소 내 모든 행동은 한 아이의 죽음에 관여한 죄의식을 떨쳐내기 위한 것이다.

“기도는 이태리 타월이야. 아기 속살이 될 때까지 빡빡 문질러서 죄를 벗겨”라는 말을 읊조리며 그녀는 감방에서 13년을 썩고있으면서도, 출소 후 미장원 한구석에 거처를 정하고서도, 정성스레 현상수배 전단과 미아 찾기 전단을 모시고 촛불을 켠다. 그리고 동료들을 이용해 죄 사함을 위한 복수의 칼을 간다.

금자씨는 영화 후반부에서 진정 친절하다. 그녀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고 버젓이 살아가는 악한 백선생(최민식)을 묶어놓고 처절히 응징할 때 그녀의 친절함은 빛을 발한다. 그녀는 차곡차곡 쌓아둔 분노를 터트리는 대신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한 발짝 물러선다.

금자씨는 관객들을 위해서도 ‘친절한’ 미소를 아끼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나레이션이 만화와도 같은 화면들과 부딪히며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날카로우면서도 경쾌하게 울리는 바이올린 소리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매끄럽게 이어 붙이며 빠르게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하얀 눈과 붉은 피를 대비시키거나 양동이 가득 피를 받아내는 이미지도 강렬하게 다가선다. 그녀는 마음에 담아두기 불편한 장면으로 눈길을 잡으면서도 입에서는 실소(失笑)를 끊임없이 이끌어내는 괴기스러운 힘까지 발휘한다.

두부를 내미는 목사에게 “너나 잘하세요”라고 이죽거리거나 ‘관계’를 마친 후 담배를 꼬나 물고 “괜찮았어?”라고 짧게 내뱉으며 세상의 상식을 통쾌하게 뒤집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금자씨는 불친절하다. 그녀는 악한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형성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종횡무진해 밀도 높은 갈등 구도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의 두 남자가 만들어냈던 선과 악의 모호한 구분조차 거부하는 바람에 극적 긴장감도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영화 도입부부터 정교하게 준비된 반전이 아닌, ‘깜짝쇼’와도 같은 후반부의 급격한 극적 전환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갑작스레 등장한 인물들이 비닐우의를 입고 도끼와 칼을 휘두르는 모습은 본 궤도를 벗어난 코믹 잔혹극을 보는 듯하다.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에서는 모든 배우들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제 역할을 하는 데 비해 빵집 주인 장씨(오달수)와 종업원 근식(김시후)은 잔가지 같고, 복수 3부작의 연계성을 위한 송강호 신하균 강혜정 유지태의 얼굴도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든다.

마음을 한없이 불편하게 하면서 지적 쾌감을 동시에 던져주던 박찬욱식 스타일만으로는 힘이 부쳐보인다. 복수 3부작의 시작과 진행 과정은 창대 했으나 끝은 미약해 아쉽기만 하다. 28일 개봉. 18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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