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적어도 그렇다고 믿었던 남자가 느닷없이 이별을 통보했을 때 여자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그것도 다른 여자에게 가기 위해서라면?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며 울며불며 매달리거나, “다 부숴버릴 거야”라며 복수의 칼을 갈거나, ‘차였다’는 억울함을 떨치기 위해 “그래, 잘 놀았다”며 ‘쿨’ 하게 돌아서거나.
대충 이런 식이었던 드라마 속 이별 공식들을 적당히 버무리고 비튼, 깜찍한 신종 대처법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이별 계약’이다.
27일 첫 방송하는 MBC 수목드라마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제시하는 대처법은, 길고 별난 제목 만큼 엉뚱하다. 이별 계약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줄거리는 이렇다. 천하의 바람둥이 재민(심지호)은 잡지사 기자 희원(김아중)에게 반해 그녀가 자주 드나드는 사진작가 서준(김민종)의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위해 기를 쓴다.
그가 궁리해 낸 ‘꼼수’는 고교동창의 누나이자 사진작가 지망생인 근영(최강희)을 꼬셔 스튜디오에 입성하는 것. 우여곡절 끝에 목적을 달성한 재민은 근영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근영은 이에 맞서 “사랑이 합의 하에 시작됐으니, 이별도 합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며 ‘이별 계약서’를 꺼내 든다. 계약 조건이 충족되면 사랑의 마침표를 찍어주겠다는 것. 이후 이야기야 중첩된 삼각 로맨스가 코믹하게 펼쳐지리란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말 장난 같지만, 계약동거 계약연애 등 주로 관계의 시작에 결합됐던 계약의 개념을 이별에까지 확장한 발상은 일단 눈길을 끈다. 또 전작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과 진헌이 계약연애로 시작했다는 걸 상기하면 호기심이 배가된다.
마니아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던 일요 아침드라마 ‘단팥빵’의 이재동 PD와 최강희 콤비가 다시 손을 잡고, ‘옥탑방 고양이’ ‘풀 하우스’의 민효정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는 상당한 내공을 쌓은 이들이지만, ‘김삼순’에 이은 로맨틱 코미디 행렬이 자칫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게다가 SBS가 ‘파리의 연인’ 영광을 재연하겠다며 작심하고 만드는 김정은 정준호 주연의 ‘루루공주’와 맞붙는 부담도 안고 있다. ‘이별…’이 로맨틱 코미디의 홍수 속에서 과연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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