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반의 디자인 혁명은 패션디자이너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개별활동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기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재정기반을 쌓는 것은 물론 타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히는 효과를 얻고있다.
디자이너 정욱준씨는 현재 기업체와의 콜래보레이션에 가장 활발히 참가하고 있는 디자이너다. 신발 브랜드 소다와는 4년째, 가방브랜드 루이 까또즈와는 3년째 같이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루이 까또즈가 제휴한 빨간노트북 컴퓨터 가방 디자인도 정욱준씨의 것이다.
앙드레 김씨는 이달 말 분양하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주상복합아파트 트라팰리스 실내디자인에 참가했다. ‘디자인 파워’의 후광을 업으려는 시대적 요구가 이종 산업계로의 진출에 지렛대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원로디자이너 진태옥씨의 딸인 노승은씨는 엘리트교복과 연계해 디자인을 맡고있다. 엘리트교복은 ‘디자이너가 만든 교복’이라는 제목의 지면광고를 통해 노씨와의 협업을 마케팅전략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지오다노와 일한 지춘희씨, 삼성전자 블루블랙폰의 국내 출시때 코마케팅 차원에서 모델들이 패션쇼장에서 블루블랙폰을 들고나오게 연출한 정구호씨, LG패션의 가방브랜드 제덴과 공동마케팅을 벌인 앤디앤뎁 등도 있다.
패션디자이너와 기업체의 협력은 기업체로서는 디자이너의 감각을 제품에 반영하고 디자이너로서는 생산과 관련된 기술적 노하우와 완벽한 생산시스템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윈윈(win-win)’으로 보인다. 정욱준씨와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해온 루이까또즈의 경우 초기의 ‘까르띠에 짝퉁’ 이미지를 벗고 패셔너블한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 대신 정씨는 컬렉션에 선보일 상품제작 등을 협찬받았다.
그러나 협력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산업계의 수준을 견인하는 지속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디자인 개발비 등을 현실화해야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정욱준씨는 “처음엔 친분관계나 호감으로 시작되지만 협력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디자이너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매출액 대비 일정액을 받는 등의 러닝개런티 계약 등 사전에 양측이 충분히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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