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일 부동산, 교육, 자영업자, 에너지 등 전방위에 걸쳐 정부의 반(反) 시장적 정책을 비판했다.
상의 주최 제30회 최고경영자대학 행사에 참가중인 박 회장은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은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비극의 시작”이라고 운을 뗐다.
박 회장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참여정부가 20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아파트 값이 전국적으로 13%, 강남 지역은 35~44% 올랐다”며 “사냥개가 토끼를 몰긴 해도 토끼를 절대 물 순 없는 것처럼 정부가 사냥개라면 강남 아줌마는 토끼”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집값이 올랐다고 정부가 나서 집값을 내리려고 하는 데는 우리 밖에 없다”며 “정부는 기본적인 주거 해결 노력, 즉 ‘배고픔’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아야지 ‘배아픔’까지 해결하려 들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역할은 비싼 집에 살고 싶은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보유세를 내고 살수 있도록 하고, 이들로부터 거둔 세금으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시세 대비 0.15% 수준인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인 1% 정도까지 올리고 나머지 규제를 해제하는 것 말고는 부동산 값을 잡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토지공개념 도입에 대해선 고개를 저으며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이와 함께 “지금 우리 교육 정책은 키가 크면 다리를 자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나 마찬가지”라며 “엇비슷한 인재만 키워내는 ‘붕어빵 교육’으로는 창조적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정부의 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 등 3불(不) 정책에 대해서도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정책이지만 당장 폐지할 순 없는 만큼 천천히 해결책을 찾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시장 원리가 아니라 노조의 힘에 의해 결정되고 있어 자동차에 왼쪽 바퀴를 다는 사람(정규직)의 임금이 오른쪽 바퀴를 다는 사람(비정규직)의 2배가 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며 “양대 노총은 노동부장관이 아니라 노동자부장관을 원하는 것 같다”고 노동계를 비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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