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타투인’이라는 행성(行星)에서는 하루 두 차례 노을이 진다. 1개의 별(항성ㆍ恒星) 주위를 도는 지구와는 달리, 타투인의 태양은 2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주에 존재하는 별 중 약 60%는 다른 별과 ‘세트’로 존재하는 다중성(多重星)이다.
영국에서 발행하는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는 미 캘리포니아공대 마치에이 코나츠키 박사가 발견한 3개의 태양이 존재하는 행성을 소개, 과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네이처가 ‘존재해서는 안될’이라고 표현한 이 행성은 지금까지의 이론이나 가설로는 형성 과정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코나츠키 박사팀은 3개의 별(항성)과 1개의 행성으로 이뤄진 이 천체 시스템을 HD188753라고 이름했다. 중심이 되는 가장 항성은 태양과 비슷한 크기이다. 이 중심별 주위를 목성의 1.14배 정도 되는 행성이 약 80시간 주기로 공전한다. 156일 간격으로 서로를 공전하는 한 쌍의 별들은 중심별을 25.7년 주기로 돈다. 문제는 중심별과 행성 사이의 거리가 지구_태양 거리의 20분의 1에 불과하며, 3개의 별이 토성_태양 정도의 거리에 빽빽히 모여 있다는 것이다.
행성은 별 주위를 떠도는 가스나 얼음 등 원시물질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지 같은 작은 물질 가운데 상대적으로 질량이 큰 덩어리의 중력 때문에 다른 물질들이 끌려와 뭉치면서 행성이 탄생하는 것이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별은 매우 뜨거워 행성의 핵이 너무 가까이 있으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별_행성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하다.
천체 망원경의 발달로 태양계 밖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행성 중 161개는 이 같은 가설로 설명하기 어려운 ‘뜨거운 목성’ 과에 속한다. 이 행성들은 목성과 비슷한 크기(지구 질량의 318배)면서도 별과의 거리가 지구_태양 거리의 절반 이하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뜨거운 목성’의 생성원리에 대해 천문학자들은 이들이 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모양을 잡은 후 원심력을 잃으면서 별 가까이로 서서히 끌려왔을 것으로 믿었다.
HD188753의 경우 중심별과 행성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뜨거운 목성’ 가설을 적용해야 한다. 문제는 중심별과 한 식구인 나머지 두 별들이다. 이론적으로는 이 두 별 때문에 행성이 만들어질 수 없다. 그런데 중심 핵을 형성하기에는 별과 너무 가깝고, 외곽에서 만들어졌다면 다른 별들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는 이 행성이 만들어진 과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코나츠키 박사는 “행성이 중심별에서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만들어졌다면 그 자리에 있는 나머지 두 개 별이 이를 방해했을 것”이라며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른 행성 생성 방법이 존재함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새로운 형식의 행성은 앞으로 더 많이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여러 개가 함께 활동하는 별 사이를 오가는 행성의 경우 중첩된 별이 워낙 밝아 지구에서 관측이 거의 불가능했다. 코나츠키 박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있는 케크(Keck) 천문대에서 별과 행성 사이의 움직임과 진동 등을 살피는 정교한 ‘도플러 진동’ 측정법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방법으로 450개의 다중성을 꼼꼼히 살피면서 행성을 찾아나갈 예정이다.
코나츠키 박사는 “이 행성이 원래는 별이었지만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만한 에너지를 얻지 못해 행성으로 눌러앉아버렸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들 행성이 많이 발견된다면 별과 행성의 생성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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