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가 요지부동인 아파트 가격을 올리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마 보우 탄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장관은 19일 의회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는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부동산 대책을 공개했다. 부동산 가격이 꿈쩍도 하지 않아 자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1996년 도입한 부동산 투기억제책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자 외국인이 부동산을 살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국민들이 민간 아파트를 분양 받은 직후에 되팔면 무거운 세금을 물렸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가격은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때 급락한 이래 아직도 96년 대비 37%나 하락해 있는 상태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05년 1분기 싱가포르의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은 한국보다 0.1% 높은 2.8%에 불과했다.
부동산 붐을 일으키면 GDP 성장률을 1% 가량 더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전세계적인 부동산 붐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의 부동산 가격은 1% 올랐을 뿐이다. 경쟁 상대인 홍콩과 상하이는 같은 기간 부동산 가격이 각각 50%, 40% 상승했다.
이번 대책은 외국인이 6층 이하의 민간 아파트는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집값의 80%에서 90%로 높였다. 아파트 가격의 10%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도록 해 남아도는 민간 아파트 구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에 민간 아파트가 남아도는 이유는 국토의 80% 이상인 국유지에 정부가 저렴한 가격으로 공공 아파트를 대거 분양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이 공급하는 공공 아파트의 가격은 2003년 기준으로 ‘4룸(room)형’(약 32평)이 10만~18만 싱가포르 달러(7,000만~1억2,500만원), 40평 대에 해당하는 ‘5룸형’도 17만~25만 싱가포르 달러(1억1,900만~1억7,500만원)다. 민간 아파트 시세의 55% 정도다.
거기에 국민들이 자기 소득의 20%정도를 매달 중앙연금기금(CPF)에 납부하면 아파트 가격의 80%(향후 90%)까지 연리 3%의 저이자로 빌려준다.
국민소득이 2만1,000달러가 넘기 때문에 1년 연봉만 모아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이런 조건좋은 주택정책이 역으로 민간 건설경기 침체를 불러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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