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이끌어 가는 쌍두마차는 드림웍스와 디즈니다. 뒤늦게 경쟁에 뛰어 들은 20세기 폭스는 셀 애니메이션 ‘아나스타샤’와 ‘타이탄 에이 이’의 참담한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절치부심한 20세기 폭스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사 블루 스카이 프로덕션을 2000년 인수했고, 2002년 ‘아이스 에이지’의 흥행 성공으로 드림웍스와 디즈니의 아성에 균열을 일으켰다.
‘아이스 에이지’의 제작진이 만든 ‘로봇’은 20세기 폭스가 이제는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도 만만치 않은 강자로 부상 했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로봇’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구나 생활 용품들을 재료로 로봇과 주변 배경들을 만들어낸 아이디어부터 통통 튄다. 절개한 타이어를 해먹으로 사용하거나, 각종 기계부품 들을 엮어내 교통수단으로 만들어낸 발상이 신선하기만 하다. 로봇은 출산이 아닌 구입을 통해 애를 얻게 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여기에 덧붙여 로봇들의 쉴새 없는 재롱과 꼬리를 무는 유머가 펼쳐지며 웃음을 자아낸다. 로봇 세계에 어울리게 남녀 화장실 표기를 플러그와 콘센트로 표현하거나 ‘싱잉 인 더 레인’을 ‘싱잉 인 더 오일’로 개사해 부르는 등 웃음보를 언제든지 터트릴 수 있는 지뢰를 여기저기 감춰두고 있다.
시골뜨기 로봇 로드니가 청운의 꿈을 안은 채 대도시에 올라가 고물 로봇들을 구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이야기는 아메리칸 드림을 살짝 변주하는 데 그쳐 조금은 상투적으로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싸구려 부품의 생산을 막고 비싼 제품만을 출시해 이득을 추구하려는 라쳇과 마담 가스캣의 모습을 통해 과소비를 부추기는 현대자본주의에 비수를 들이민다는 점에서는 마냥 가볍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크리스 웨지 감독. 28일 개봉. 전체.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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