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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아일랜드 - 2019년, 복제인간 사회는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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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아일랜드 - 2019년, 복제인간 사회는 이럴까

입력
2005.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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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는 소재 빈곤에 허덕이는 할리우드에 화수분 같은 존재다. 이미 ‘6번째 날’과 ‘갓센드’ 등을 통해 수 차례 우려먹었음에도 기존 종교관과 윤리의식을 송두리째 흔들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여전히 매력적인 소재다.

‘아일랜드’는 ‘나쁜 녀석들’ ‘더 록’ ‘아마겟돈’ ‘진주만’을 연출한 흥행의 마술사 마이클 베이 감독과 인간복제라는 민감한 소재가 만났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일랜드’는 너무나 마이클 베이 답지 않으면서도, 또 지극히 마이클 베이 다운 영화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인 2019년. 지구는 생태 재앙 때문에 거대한 오염에 휩싸인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최첨단 설비가 완비된 건물에서 안락한 생활을 보낸다. 새하얀 방에 설치된 메시지 보드에서는 잠을 조금만 설쳐도 ‘수면 장애’ 적신호를 보내고, 소변만 봐도 영양상태를 바로 알려준다. 식당에서는 식이요법으로 건강을 관리해준다.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미소를 찾기 힘들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아스라하고, 제한되고 규격화된 일상은 답답하기 만하다. 추첨을 통해 오염되지 않은 낙원 아일랜드로 가는 티켓을 받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희망. 로또 복권처럼 불특정인에게 이루어지는 이 꿈은 그러나 지옥으로 가는 직행열차다. 이 모든 것들은 이들을 사육하고 도살해 돈을 벌기 위한 복제인간 회사가 꾸민 일이기 때문이다.

암울한 미래상을 제시하며 관객들의 가슴을 짓누르는 ‘아일랜드’의 전반부는 몇 가지 점에서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복제인간회사가 감정과 꿈까지 통제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모습을 정교하게 보여주면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묘사된 디스토피아를 스크린에 복원해낸다.

프리츠 랑 감독의 ‘메트로폴리스’나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를 되새기게 하는 여러 장면들은 과도한 액션과 과장된 비장미를 주무기로 삼아온 베이 감독의 손길로 만들어진 것인지 믿기 어려울 정도의 절제미를 보인다. 회사의 음모를 알아차린 복제인간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가 야릇한 감정을 나눠온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와 탈출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두 주인공이 액션의 가속 페달을 밟으며 스크린을 질주하는 후반부도 과히 나쁘지 않다. 고속도로를 내달리며 복제인간 사냥꾼을 따돌리는 장면은 ‘매트릭스’ 시리즈에 버금 갈 만큼 압권이다. 링컨 6-에코가 자신의 원형인 톰 링컨과 대치하는 모습도 매우 상징적이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70층 빌딩에서 떨어져도 찰과상에 그치는, 액션의 지나친 과속은 영화의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복제인간 사냥꾼 대장이 느닷없이 복제인간의 편으로 돌아서는 것도 요령부득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해도 관객에게 시각적 쾌감을 주면 된다는 베이 감독의 연출법이 여전함을 알 수 있다. 21일 개봉. 12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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