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종합주가지수가 1,070선을 넘었다. 연초 우려 속에 1,000선을 넘었던 한국 증시가 10년간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지수 네 자릿수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투자전략팀장들은 “한국 증시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으며, 지수 세자리 시대에 사용하던 분석 틀로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길을 걷는 한국 증시의 방향은 어떻게 가늠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은 ‘미국 증시를 보라’는 것이다. 대우증권 김정훈 연구위원은 “21일 이후 미국 증시가 어떤 흐름을 보이느냐에 따라 한국 증시의 움직임도 달라질 것”이라며 “미국의 거시지표가 양호하게 나왔는데도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하락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21일 발표 예정인 미국 컨퍼런스보드의 경기선행지수가 매우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선행지수를 발표하는 민간 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이 달부터 계산방식을 바꾼 지수를 발표하는데, 총통화(M2) 증가율 등의 가중치가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기대이상의 수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망의 핵심은 양호한 경기선행지수가 발표된 이후이다. 김 연구위원은 “큰 장(場)이 서려면 증시가 좋은 뉴스에 탄력적으로 반응, 추세 저항선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뉴스에 대한 증시 반응이 어떠냐에 따라 미국 증시와 그에 영향 받는 한국 증시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예컨대 나스닥 지수가 곧바로 2,170선을 돌파하고,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전 실적이 발표되는 인텔 주가도 단기 저항선을 뛰어 넘으면 강세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이 저항선을 뚫으면 한국 증시는 별다른 저항 없이 7월 내내 강세 국면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양호한 경기선행지수에도 불구, 주가가 올라주지 않는다면 상황이 거꾸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위원은 “투자의 세계에서는 뉴스 자체의 해석보다 증시가 뉴스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좋은 여건에서도 주가가 올라주지 않는다면 시장은 점차 내려가고자 하는 힘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도 증시가 호재에 둔감한 조짐을 보일 가능성을 우려했다. 류용석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최근 주식시장이 호재에 대해 다소 둔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속도 조절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저가매수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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