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친구 ‘일리’를 도와주세요.”
다리가 부러진 한 마리의 오리를 구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오리는 세종대 전상진(23ㆍ신문방송학)씨가 키우는 새끼오리 ‘일리’. 전씨와 일리는 대학축제가 열린 지난 5월 인연을 맺었다. 축제 때 일리는 다른 새끼오리 9마리와 함께 ‘오리 달리기’ 코너에 참가해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다. 축제 뒤에 10마리 오리의 거취를 고민하던 학생회는 “어릴 때부터 오리를 꼭 키워보고 싶었다”던 전씨에게 맡겼다. 2마리는 곧 죽었지만 8마리는 살아 남아 ‘일리, 이리, 삼리,…, 마지막으로 팔리’까지 덩치순으로 이름까지 얻어 학생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세종대의 마스코트가 됐다.
일리는 8마리 중 가장 크고 흰 깃털이 유난히 두드러진 암컷 오리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 오리들을 학교 연못 ‘아사달’에 풀어놓고 농활을 떠난 게 화근이었다. 말 못하는 일리가 이유를 설명하진 못했지만 왼쪽 다리가 완전히 부러져 절뚝거리고 있었다. 다행히 최보경(24ㆍ경제학과)씨가 발견해 근처 동물병원에 데려갔지만 뼈에 핀을 박아놓는 ‘대수술’을 받은 뒤 입원을 했다.
문제는 병원비였다. 수술뿐 아니라 물리치료도 받아야 했다. 수술비 15만원을 비롯해 모두 30여만원의 병원비가 필요했다. ‘축제 때 달리기’를 위해 일리를 처음 사왔을 때 몸값은 2,500원, 지금은 제법 자라 8,000원 정도라고 했다.
전씨는 17일 일리의 사연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고, 학생들은 십시일반 호주머니를 털어 벌써 10여만원을 모았다. 전씨는 “일부에선 ‘오리 한 마리를 위해 비싼 병원비를 들일 필요가 있느냐’고 힐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돈보다 소중한 건 정”이라며 “일리가 캠퍼스를 뒤뚱거리며 활보하면 학생들의 사랑도 그만큼 풍요로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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