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떠오른 박찬욱(42) 감독의 신작 ‘친절한 금자씨’(이하 금자씨)가 18일 시사회를 가졌다. ‘금자씨’는 ‘복수의 나의 것’과 ‘올드보이’에 이은 ‘복수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 19일 박 감독을 만났다.
_ 최근 모 시사잡지의 '엔터테인먼트 파워' 9위에 올랐는데.
“너무 과대평가됐다. 얼마 전 영화잡지에서 ‘충무로 파워 5위’에 올랐을 때도 놀랐다. 차라리 연봉 5위 이런 거라면 좋겠다(웃음).”
_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고싶어 '금자씨'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페미니스트적 시각이 녹아 있는가.
“전작들에서는 여자가 보조역할을 하거나 진실에서 소외됐다. 여성이 주체적,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_ '금자씨'는 키치적 요소가 많다. 특히 나레이션은 '인간극장'이나 '대한뉴스'를 연상시킨다.
“(영화 전반에 깔리는) 나레이션은 어렸을 때 애청했던 라디오 드라마에서 착안했다. 금자라는 인물을 관객들이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_ 이영애는 예술영화를 하고 싶어 '금자씨'에 출연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럼 이 영화는 예술영화인가.
“나는 작가라 불릴 유형의 감독도 아니고 예술영화를 만들고 싶지도 않다. 능력을 다해 상업영화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영애씨의 말은 새롭고 독창적인 영화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_ '금자씨'는 서사보다 장식에 더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올드보이’에 비하면 소박한 스타일이다. 다른 감독 작품과 비교하면 스타일에 더 신경 썼다고 볼 수도 있지만.”
_ '금자씨'의 전 후반부는 서로 다른 영화 같다. 그래서 '올드보이'보다 불친절하게 보이는데.
“(관객들이) 좀 당황할 것이다. 그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니까 ‘친절’하고는 상관없다. 영화가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관객들에게 더 흥미를 줄 것이다. 이 부분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
_ '복수 3부작'은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인간의 이기심을 냉소적으로 그리고 있다.
“‘금자씨’에는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에 표현된 세계관을 재조정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금자가 죄를 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체가 가치 있다. 그러므로 나의 시각이 비관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_ '복수 3부작'을 마쳤으니 다음 영화는 전혀 다를 것 같은데.
“사춘기 소녀가 주인공인 정신병원 환자들을 다룰 예정이다. 로맨스가 있고 판타지 성격이 강한 발랄한 작품이 될 것이다.”
_ 칸영화제 수상에 따른 부담감은 없는가.
“없다. 영화를 만들면서 남의 시선을 인식한다면 흥이 날 수도, 견딜 수도 없다.”
_ 최근 논란이 된 스타파워에 대한 생각은.
“나도 ‘올드보이’와 ‘금자씨’ 지분을 갖고있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지분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주먹이 운다’의 최민식씨도 공동제작에 이름을 올릴 자격이 있었다. 말썽을 일으키는 스타, 매니지먼트사가 있는 만큼 부도덕한 제작사와 감독도 있다. 책임을 모두 스타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친절한 금자씨’는 유괴에 가담했다가 살인 누명을 쓰고 13년간 복역한 여인 금자(이영애)의 복수를 다루고 있다.
영화 전반부는 금자가 교도소에서 동료 여죄수들의 도움으로 악한 백선생(최민식)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담아낸다. 복수를 눈앞에 둔 금자가 백선생의 숨겨진 엽기행각을 알게 되는 후반부는 관객의 예상과는 달리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화면과 나레이션이 등장하고 현실과 환상이 충돌한다. 박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웃음이 버무려진 잔혹함은 여전히 화면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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