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국면의 전략적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은 26일 4차 6자회담에서 상당히 조심스런 협상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협상안은 북핵 문제의 긴장도를 끌어올리지 않고, 급격히 확장되는 남북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하한선’ 위에서 움직일 것 만은 틀림없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측이 회담 초반 핵 보유국으로서 6자회담의 초점을 핵 군축에 맞춰야 한다는 논리를 개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주장이 핵 폐기를 목표로 한 미국에게 먹혀들지 않으면서 슬그머니 철회될 공산이 크다. 대신 ‘한반도 비핵화’ 카드를 꺼낼 것이다.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 때문에 핵을 보유할 수 밖에 없다면서 남한과 주한미군, 주일미군의 핵 전력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비핵화’ 주장은 북한 협상안의 저변을 흐르는 중심 논리가 되겠지만, 북한이 초반부터 이를 관철시키겠다는 덤비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일단 비핵화를 서론으로 띄워놓고 본론으로 진입하면 구체적인 협상안을 밝힐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에 핵 동결과 폐기까지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 등에 대해서도 유연한 자세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한국은 북한의 HEU 보유를 전제로 동결대상에 HEU를 포함시키더라도 북측의 체면을 감안해 HEU 문구를 합의사항에 넣지않는 중재안을 마련중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북측은 한미 양측과 ‘핵 동결과 이에 따른 보상’이라는 큰 원칙에 동의하면서 구체적인 동결범위, 보상조건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이다.
북한은 HEU와 기존 핵무기를 동결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맞서 “미국이 동결 보상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면서 보상 규모를 최대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중대제안에 대한 북측의 진의도 드러날 것이다. 아울러 북측은 4차회담 전후로 북미 집접대화의 반경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전문가는 “4차회담은 협상다운 협상이 시작되는 첫 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