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선수들의 독무대나 다름이 없던 자동차 경주에서 여성 챔피언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주인공은 키 154㎝, 몸무게 47㎏의 가냘픈 외모지만 폭발적 스피드가 트레이드 마크인 여성 카레이서 강윤수(20).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리고 있는 온로드 카레이스대회인 2005 BAT GT 챔피언십 시리즈 포뮬러B 부문에서 종합 성적 선두 자리를 고수하며 일약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1998년 포뮬러 경기가 국내에서 시작된 이후 여성 레이서가 우승한 것은 강윤수가 처음이다. 3월 1전에서 2위로 골인해 가능성을 보인 그는 내리 2, 3전을 휩쓸며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완주만 했더라도 사실상 올 시즌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17일 벌어진 4전은 그에게 최악의 날. 한 바퀴 돌자 마자 앞바퀴를 지탱하는 차축이 부러져 경기를 중도포기 해야 했다. “3일전 말썽 부위를 부랴부랴 수리했는데 힘을 세게 받으니 견디지 못한 것 같아요.” 원래 새 부품을 써야 되는데 팀 사정 상 중고 부품을 쓴 탓이다. 그래도 모두 7전의 경기 중 4전을 치른 현재 종합점수 58점으로 2위 37점에 크게 앞서 있을 만큼 실력은 독보적이다.
그가 출전하는 포뮬러 종목은 포뮬러1(F1)처럼 날렵한 모양의 경주용 차량. 배기량 1800㏄, 120마력으로 700마력을 자랑하는 진짜 F1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최고 시속이 192㎞에 달한다. 차체가 지면에서 3㎝ 위에 떠 있고 레이서가 바람을 몸으로 맞으며 달리기 때문에 체감속도는 실제 속도의 2배인 400㎞에 육박한다.
어릴 적부터 레이서 출신인 아버지 강현택(45)씨의 경기를 보곤 했던 그는 고교2년 때 카트 레이싱을 시작했다. 지난해 프로에 입문, 부친 강씨가 운영하는 레이싱팀 타키온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동차가 좋아 대학도 대림대 자동차학과에 입학한 그는 “친구들이 원피스보다 레이서 복장이 더 어울린다고 한다”며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글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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