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언론은 범람할 정도로 익숙하지만, 언론인은 그다지 익숙한 존재가 아니다. 여러 유형의 언론인이 있다. 예리한 고발과 분석의 필봉을 휘두르는 지식인적 언론인과, 부당한 권력이나 시대적 억압과의 투쟁을 불사하는 지사적 언론인도 있다.
또한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며 언론귀족으로 행세하는 이들이 있고, 소속 회사 입장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언론인도 많다. 언론인에 대해서는 언론인 자신들이 내린 평가가 가장 정확할 듯하다.
△ 1년 전 ‘미디어오늘’이 언론인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언론인으로 김중배 리영희 정경희 손석희 손석춘 신학림씨 등이 뽑혔다. 굳이 구분하자면 앞의 원로 세 사람은 ‘존경하는’에, 뒤의 중견 세 사람은 ‘좋아하는’에 해당할 것도 같다.
송건호 선생이 생존했다면, 그 역시 앞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세련된 손석희씨의 경우는 약간 달라 보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지사형 언론인이라는 점일 듯하다. 언론인 스스로 정의와 신념에 목말라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 지사형도 변하고 있다. 저항의 대상이 과거에는 군사 정권이었으나, 근래는 권ㆍ언(權ㆍ言) 카르텔이기 때문이다. 정경희 씨의 칼럼집 ‘실록 막말시대’가 출간되었다.
글은 소수 독점언론과 권력의 유착 실태를 고발하는 목소리로 준엄하다. 그는 권ㆍ언 카르텔의 독단적 지배가 사상 초유의 정권교체를 이룩한 김대중정부 5년과 노무현 정부 초기 2년을 합쳐 줄잡아 7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고 증언한다. 그 동안 우리는 말과 글의 폭력이, 몽둥이나 채찍보다 무서운 공포의 흉기임을 체험해 왔다는 것이다.
△ ‘공직자의 땅투기’라는 글을 읽는다. <노무현 정부는 신문개혁공약을 한마디 해명도 없이 쓰레기통에 처박더니, 3대 언론권력자의 한 사람이요, 랭킹 1위 재벌오너의 처남이자 거액의 탈세 전력이 있는 중앙일보 오너 홍석현씨를 주미대사로 임명했다. 그러더니 이헌재 부총리를 유임시키겠다고 했다…> 얼마 전 만났을 때 그는 물었다. 노무현>
“어떻게 돼가는 겁니까? 난 정말 모르겠어요.” 수포로 돌아간 언론개혁에 대한 실망이 역력했다. 부끄럽게도 선배의 가르침이 서릿발 같건만, 현역들에게는 아직 마이동풍이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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