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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보안법의 굴레를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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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보안법의 굴레를 벗고

입력
2005.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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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현대사를 다룬 대하 소설 ‘태백산맥’과 작가 조정래씨는 해방 공간의 좌우 이념 대립에 치이고 찢긴 소설 속 민초들의 삶 못지않게 모진 고초를 겪었다. 1994년 우익 단체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뒤 최근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작가는 숱한 살해와 테러 위협에 시달리며 두 차례나 유서를 써야 했다고 고백한다.

600만부 이상 팔려나가며 ‘국민 소설’ 반열에 오른 소설이 이적 표현물 논란에 휘말린 지독한 아이러니는, 냉전 이데올로기의 그림자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이 시대에 많은 물음을 던진다. MBC가 19~21일 방송하는 광복 60주년 특별 기획 ‘조정래’(연출 김휘)는 지난 11년간의 논란을 차분히 되돌아 보며 작가의 입을 통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1부 ‘조정래와 태백산맥을 구속하라’는 영화 ‘태백산맥’ 제작에 즈음해 제기된 국가보안법 위반 고발 사건의 전말을 다룬다. 조씨가 썼던 유서도 육성으로 공개한다.

2부 ‘태백산맥의 내면 공간, 벌교’에서는 소설의 무대가 된 전남 벌교를 찾아 여순사건 등 비극의 현대사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듣고, 그런 기억들이 소설 속에서 어떻게 형상화 했는지를 그린다. 또 소설 제목을 딴 호프집, 카페 등이 들어서는 등 ‘태백산맥’의 고장으로 거듭난 벌교의 구석 구석을 찾아간다. 시대상을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 당시 유행했던 머리 모양까지 꼼꼼히 기록한 작가의 취재 수첩도 만날 수 있다.

3부 ‘태백산맥이 남길 것들’에서는 조씨가 역사 소설에 눈 뜨는 과정을 되짚어 본다. 어린 시절 겪은 여순사건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던 조씨는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 해, 광주를 찾았다가 큰 충격을 받고 ‘태백산맥’ 집필을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친일파 청산을 주장하며 스승이자 결혼식 주례를 서 줬던 미당 서정주를 정면으로 비판했던 일, 친일파가 친미파로 이어지며 권력을 장악한 비틀린 역사에 대한 비판 등도 작가의 육성으로 들려 준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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