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해야 하는 일만 하면서 사는게 아니라,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인생의 이치를 조금씩 깨달아 가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 아닐까요.”
이계웅(45) 할리데이비슨코리아 사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 보다는 해야만 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경향이 강하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가장 잘 할 수 있고 행복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철학 때문인지 그에게는 ‘행복 전도사’ 라는 애칭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언제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사장도 6년 전까지는 다른 샐러리맨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학군장교(ROTC)로 군복무를 마친 뒤 ㈜대우에 입사했다. 이 사장은 섬유사업부 해외사업팀 소속으로 멕시코 법인에서 근무했지만 샐러리맨으로 인생을 마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사장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모터사이클’에서 해답을 찾았다.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혁명가 체 게바라가 그랬던 것처럼, 이 사장도 사업가였던 부친을 따라 건너간 남미에서 고교를 다닐 때 모터사이클을 타고 안데스 산맥을 오르내린 적이 있을 정도로 모터사이클광(狂)이었다.
모터사이클이라면 자신이 있던 이 사장은 한국 시장에 제대로 된 모터사이클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에 착안, 1999년 무작정 미국의 할리데이비슨 본사를 찾아갔다.
모터사이클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무기로 한국에서 모터사이클을 팔겠다고 경영진을 설득, 결국 국내 유일의 모터사이클 수입 법인 및 공식 딜러망을 구축하게 됐다.
이 사장은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펀드자금을 조성해 회사를 세웠는데 할리데이비슨코리아는 지금까지 연평균 49%의 매출신장률과 25% 이상의 높은 수익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반드시 돈이 있어야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뜻을 세우고 뜻을 이루기 위해 뛰었더니 길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 할까. 이 사장은 “인간은 위대한 영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벽돌’로 이를 설명했다.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세계적인 현대 건축가인 미국의 루이스 칸이 집을 짓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 봤더니 벽돌과 대화를 하더랍니다. 벽돌이 원하는 바를 듣고 그것을 실현하더라는거죠. 칸이 벽돌에게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벽돌은 ‘아치’라고 답하고 그러면 이 건축가는 벽돌의 말을 따라 아치를 만듭니다.
하물며 벽돌도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는데, 자신 만의 두뇌와 영혼을 가진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산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야말로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아니 인간이 해야 할 일 아닐까요.”
그는 중남미를 대표하는 칠레 출신의 시인이자 정치가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사랑한다. 네루다의 시는 체 게바라가 마지막 순간까지 읊조리며 소중히 여기던 시이기도 하다.
미국 자본주의 문화의 대표적 상징인 할리데이비슨을 판매하는 이 사장이 민중적인 네루다의 시를 사랑한다는 게 언뜻 모순 처럼 보이지만 그는 “시는 시를 지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시를 읽고 즐기는 사람의 것”이라고 단언한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우편부가 유배중인 시인의 시로 프로포즈를 해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와 결혼한 것처럼….
이 사장은 어떤 차를 타고 다닐까. 1,000만~3,000만원대의 오토바이를 팔고 있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두 대를 포함해 모두 세 대의 모터사이클을 소유하고 있는 그는 GM대우차의 마티즈를 탄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눈치 볼 필요가 있느냐”며 마티즈를 몰고 인터뷰 자리를 떠났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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