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홍보팀 김정기(42) 과장은 ‘APR’(Accreditation in Public Relation)이라는 생소한 자격증을 갖고 있다.
APR는 미국PR협회(PRSA)가 풀타임으로 5년 이상 PR 관련 업무에 종사한 사람이나 대학에서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매년 2차례 시험을 실시, 합격자에 주는 일종의 PR전문가 인증서이다. 국내에서는 김 과장을 포함해 불과 6명 만이 이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91년 SK㈜에 입사한 김 과장이 APR 자격증에 도전하게 된 것은 ‘술 잘 마시고, 언론인 몇 명만 알면 할 수 있다’는 기업 내부의 편견을 깨고 자신이 맡고 있는 홍보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대기업에게 있어 PR이란,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에 좋은 기사를 실리게만 하는 ‘프레스 에이전트’(Press Agent)가 아니라 기존 매체는 물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 지역주민, 정부, 시민단체, 네티즌 등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저마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이 같은 PR활동에 대해 전문가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자격증이 APR이라고 보고 공부를 시작했다. 주말과 퇴근 후 시간을 짬짬이 이용했고, SK㈜ 홍보팀원들과 매주 한차례 이상 PR세미나를 가지며 1년여 동안 시험을 준비한 끝에 2000년 자격증을 땄다.
당시 APR 시험은 에세이를 포함해 모두 영어로 된 5시간의 필기시험과 구두시험을 거쳐야 했지만 2003년부터는 객관식 컴퓨터 시험 등으로 일부 변경됐다.
APR 자격증을 따면 명함에 APR이라고 인쇄를 할 수 있고, 미국PR협회 웹사이트(www.PRSA.org) APR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는데, 미국에서는 APR 자격증 소지자의 평균 연봉이 10만 달러 이상일 정도로 인기 직종이다. 하지만 APR 자격증은 3년 동안만 유효하다.
PR업무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만큼 미국PR협회의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 10학점을 이수해야 만 자격이 갱신된다. 그만큼 PR전문가로서 꾸준한 자기계발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김 과장은 2003년 자격증 갱신을 한 뒤 이듬해인 2004년 미국 미시간주립대(MSU) 사내 연수자로 선발돼 1년 동안 기업PR,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며 해외 선진 PR기법도 익히고 돌아왔다.
김 과장은 “국내에서는 PR의 영역이 대언론 관리, 위기관리 등 특정 분야에만 집중돼 있는 경향이 있다”며 “선진국처럼 전문적 PR 지식을 사내, 대정부,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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