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시작될 4차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전략적 결단 못지않게 미국이 얼마만큼 유연한 자세를 보이느냐가 결정적인 변수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최근 “미국이 지난해 6월 3차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은 대북 요구사항이 아닌 첫 협상안일 뿐”이라고 전했다.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도 14일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접촉 후 “3차 회담에서 나온 각국의 제안들이 4차 회담의 기초가 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과거 협상안이 손질될 것임을 시사한다.
관측통들은 북한의 핵 폐기 이후에야 경제제재 해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의 삭제라는 보상을 주겠다는 미국이 북한의 ‘동시행동원칙’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은 핵 폐기 이전에 미국이 내놓은 ‘현찰’이 없다는 점을 들며 미측의 협상안을 ‘선(先) 핵포기’ 방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핵 동결 기간 중 200만㎾의 에너지 지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대북경제제재 봉쇄 해제를 보상조건으로 내놓는 맞불을 놓았다. 중유지원문제에서도 미국이 동참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결국 3차회담은 북미간 평행선이 지속되면서 결렬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1년 1개월간의 회담 공전 기간을 거치면서 최근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의 대북전력 지원이라는 긍정적 변수가 나타났고, 미 국내 정치적으로도 회담을 실질적으로 진전시켜야 한다는 여론과 필요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의 전력 지원 의사로 북측의 보상 요구 주장이 어느 정도 수용됐다고 판단하면서 경제 제재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문제에서 보다 많은 파이를 북측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을 점쳤다. 또 핵 폐기 이후 북한이 미사일, 생화학 무기, 인권 등의 문제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만 북미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경직된 입장도 손질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무엇을 동결ㆍ폐기하느냐’를 놓고 이뤄졌던 북미간 실랑이는 4차 회담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모든 핵 무기는 물론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과 플루토늄 프로그램의 동결을 원하고 있지만 북한은 ‘핵을 제조하지도, 이전하지도, 시험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봉합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접점이 찾아진다면 협상은 탄탄대로를 걷게 될 것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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