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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진정 대학 경쟁력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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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진정 대학 경쟁력 원하나

입력
2005.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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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근무가 시행되면서 많은 직장인이 휴일 이틀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한다. 우리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많은 분야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도 교육 분야에서는 예외인 것 같다. 학생들은 무슨 옷을 입을 것인지,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할 것인지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개인의 행복 추구를 위한 시간을 대입 준비에 빼앗긴 지 오래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더 악화된 것만 같다.

고등학생들의 학습 시간과 분량은 가히 살인적이다. 법정 수업일수는 220일이지만 방학 중에도 학교에 가야 하며, 방학이 아니라도 보충수업과 과외를 끝내고 집에 오면 밤 12시가 넘는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초중고교 수업일수는 180일이다. 필자가 사는 지역의 고등학교는 오전 7시 35분에 시작해서 오후 1시 45분에 끝난다. 방과 후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운동, 봉사활동, 취미활동 등을 한다.

-공부에 탈진한 한국 고교생

통계를 보면 미국 고교생들은 방과 후 하루에 평균 1~2시간 정도 공부하며, 3명 중 2명은 1주일에 10시간 미만의 공부를 한다. 교육전문가들은 한 학년에 10분씩 방과 후 공부시간을 늘릴 것을 권장한다. 예로 초등학교 6학년은 60분, 중 3은 90분, 고 3은 120분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의 공부 시간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의하면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최상위권인 반면에 공부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은 최하위권이다. 당연한 결과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을 공부에 쏟아부으니 성적은 높지만, 모든 것을 희생하니 공부에 흥미가 있을 수 없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밝힌 2008학년도 대입 전형에 포함된 논술고사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치르더라도 과외열풍이 불지 않도록 하겠다고 서울대는 말하지만 평준화된 교육 환경에서 통합형 논술은 학교가 감당하기는 무리이며 사교육의 몫으로 될 수밖에 없다.

서울대의 주장처럼 내신과 수능만으로는 최고의 학생들을 구별해낼 변별력이 없을지 모르지만, 다른 항목들을 고려하면 좋은 학생을 충분히 선발할 수 있다. 최고의 학생을 선발하는 것 못지않게 선발한 학생들을 얼마나 잘 가르쳐서 사회에 내놓는가에 대학의 경쟁력이 있다.

국립대인 서울대가 추구해야 하는 모델은 하버드와 같은 명문 사립대가 아니라 버클리나 미시간과 같은 우수한 주립대학이다. 이들은 우수한 대학원 과정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이면서, 주 정부로부터 재정적인 지원과 혜택을 받으며 공공재로서의 대학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

두 대학의 입학생 중간 50%의 수능(SAT) 점수는 전체 수능 성적 상위 5%에서 25% 사이다. 하지만 입학보다 졸업이 훨씬 힘든 과정을 통해 인재를 양성한다.

대학의 자율성이 훼손당해서는 교육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없다. 분명히 존재하는 학교 간 학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서울대를 없애자는 식의 하향 평준화로는 대학이 국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반면에 대학도 자율화를 요구하기 전에 졸업 자격을 강화하고 대학원 교육을 통해 연구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서울대 모델은 美의 주립대

지칠 대로 지쳐 있는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짐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이 그 나이에 맞는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가 할 일이다. 이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학력이나 부의 세습과는 다른 문제이다. 대학 입시 때문에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고등학생들이 보상심리로 대학에 들어가면 학업을 멀리하는 것을 본다.

낮은 변별력보다 이것이 대학과 사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김민숙 미국 로드아일랜드주립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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