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위협도 없이 폭탄을 터뜨리고, 탄저균 등을 퍼뜨리는 뉴테러리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선량한 일반 시민을 대량살상함으로써 사회 혼란과 무정부적 공황 상태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정부의 기본 기능에 대한 사회적 믿음을 손상시킴으로써 정부를 무력하게 만들고, 테러범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대테러 정책의 무게중심을 예방과 대응 중 어디에 둘지는 논쟁거리다. 영국은 일찍이 완벽한 위기 예방은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일정 확률 이하의 위험을 모두 예방하기보다 유연한 대응 시스템을 갖추어 피해를 줄이자는 것이다. 이런 정책이 7ㆍ7 런던 테러에 주효했다.
첫째, 경찰, 소방, 응급의료팀 등 국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호하는 기초 서비스가 즉각 가동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무질서나 혼란이 없었다. 이는 특수한 재앙에도 평소에 사용해 온 익숙한 현장 대응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우리는 재난 따로 테러 따로 각각 현장 지휘체계를 달리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둘째, 시민들이 차분하게 일상생활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런던 시민들은 테러 이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동요 없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테러리스트들이 노리는 것과 정반대의 의연한 태도이며 통쾌한 복수이다. 만약 시민들이 결근과 사재기를 하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대신 차를 몰고 나와 대혼란에 빠졌다면 테러범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셋째, 언론의 성숙한 모습이다. 테러의 잔혹함을 신속하고 생생하게 보도한다면 테러범이 원하는 공포를 확대 재생산하게 된다.
이를 간파한 영국 언론은 정부의 대책과 마비된 도시 기능을 되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알리고, 시민의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북돋았다. 언론이 누가 잘못했는가라는 ‘희생양 찾기’에 급급했다면 테러범이 목표로 삼은 정부 정책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왔을 것이다.
우리는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등 국제 행사를 앞두고 있다. 감시시스템을 만들어 테러를 미리 좌절시키고 경찰, 소방과 같은 테러억지력을 키워 테러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모두 국민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진종 소방방재청 기획총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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