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5월 ‘황금 곰’ 잭 니클로스는 46세의 나이로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에 나타났다. 골프 담당기자들은 ‘잭의 시대는 끝났다’며 아무도 그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다. 다만 그를 추앙해 마지 않는 갤러리들만이 그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는 이 대회에서 우승, 여섯번째 그린 재킷을 입었다.
마스터스 6회 우승은 아놀드 파머(4회 우승) 타이거 우즈(3회 우승)도 깨지 못한 기록이다. 메이저 20승, 미 PGA대회 73승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열린 골프대회 113승이라는 대기록은 나이를 초월한 골프열정의 산물이었다.
■ 올 4월10일 69회 마스터스 대회 2라운드 마지막 홀. 65세의 잭 니클로스는 그린을 향해 걸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린에 올라온 그는 운집한 갤러리들을 한참 훑어본 뒤 어드레스에 들어갔으나 눈물 때문에 퍼트를 할 수 없었다. 눈물을 닦아내고 나서야 홀 아웃을 했다. 순간 갤러리들은 숙연한 분위기에 깨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컷 통과에 실패한 그는 기자들에게 “다시는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아놀드 파머에 이어 두 번째 살아있는 전설이 마스터스에서 퇴진하는 순간이었다. 잭으로선 45번째이자 마지막 마스터스 출전이었다.
■ 14일부터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열리는 134회 브리티시 오픈은 잭 니클로스의 또 다른 고별무대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SB)은 그의 대회 마지막 출전을 기념, 그의 초상이 도안된 5파운드짜리 지폐를 발행했다.
생존인물 가운데 영국 왕실의 일원이 아닌 사람이 영국 지폐의 도안인물이 된 것은 잭 니클로스가 처음이다. 은행측은 “위대한 골퍼에 합당한 헌상”이라고 밝혔고 잭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대단히 특별한 선물”이라며 기뻐했다.
■ 이번 출전으로 잭 니클로스의 브리티시 오픈 참가는 38번째다. 1966년 무어필드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그는 1970년 1978년 등 모두 3차례 우승했다.
2000년 타이거 우즈가 최저타 기록으로 우승한 세인트 앤드루스 대회를 끝으로 참가하지 않다 유종의 미를 위해 5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는 평소 “골프의 고향인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골프경력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해왔다. 위대한 업적에 걸맞는 예우로 한 시대의 골프영웅의 은퇴를 기리는 풍토가 부럽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