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의 관건으로 핵 폐기에 따른 검증을 꼽았다.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동아ㆍ태소위(위원장 짐 리치 공화당 의원)가 북핵 협상을 주제로 마련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핵 폐기 검증 방안 합의의 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의 대북 전기 직접 전송 등 중대 제안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한 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은 “6자회담 재개는 환영할 일이지만 그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며 “북한이 전적으로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종식할 용의가 있느냐는 문제가 근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수석 연구원도 “6자회담이 재개되면 참가국들간에 입장이 서로 다른 두 가지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며 “북한이 핵 폐기를 약속한다면 검증의 대상이 될 핵 프로그램을 어디까지로 하느냐가 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을 경우 다른 참가국들간에 미묘한 입장 대립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이 평화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은 가질 자격이 있는지 여부도 또 다른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장은 “북한은 검증 가능한 핵 폐기에 동의해야 하며 국제 사찰관들에게 핵 시설과 기록 등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을 허용하고 핵 프로그램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도 허락해야 한다”고 검증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 협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ㆍ태 차관보가 얼마나 협상의 재량권을 갖느냐도 회담 성공의 열쇠를 쥘 것으로 봤다.
그레그 전 대사는 “앞으로 힐 차관보가 얼마나 많은 재량권을 가질지 불투명하다”며 “힐은 분명히 현 상황에서 북핵 해결의 긍정적인 새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연구원도 “다음 회담이 열리기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힐 차관보가 대통령을 대신해 말할 것이라는 점과 그가 모든 참가국들과의 국제적인 조정을 이끌 권한을 부여받았음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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