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반도체회사 전직 직원들이 이 회사가 6,200여억원을 들여 개발한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통째로 빼돌려 현지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하려다가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공조수사에 적발됐다. 기술 유출이 성공했다면 손실은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12조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이 회사는 추정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이승섭 부장검사)는 15일 국내 굴지의 반도체 회사인 A사 전 부장 김모(46)씨 등 5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해외기술유출사용)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윤모(37)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국정원과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5월 이 회사 핵심 엔지니어인 우모(구속)씨 등 5명과 함께 중국 반도체 공장 건설 준비팀을 구성, 낸드 플래시 90-120nm(나노미터) 반도체 기술의 개발현황 및 세부 공정자료, 양산방법 등을 CD와 메모리카드 등에 담아 빼냈다. 우씨 등은 연봉 7,000만~1억원과 스톡옵션을 받기로 했으며, 이들이 유출한 기술자료는 A4 용지로 출력하면 1톤 트럭 한 대 분이다. 전원이 꺼져도 계속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발성 메모리로 MP3 같은 대용량 저장장치에 사용되는 낸드 플래시 90-120nm 반도체는 A사가 2년간 연인원 200명과 연구비 6,245억원을 투입해 개발했다. 2004년 A사 영업이익(약 2조원)의 60~70%를 차지할 정도의 주력 제품이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조세 면제국인 중남미의 케이만 군도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의 회사)인 B사를 설립한 뒤 중국 공장 설립을 위해 총 12억 달러의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었으며, 실제 중국 투자회사와 2억 달러 투자의향서를 체결했고 중국 모 전자회사와는 판매 계약을 협의하던 중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 뒤 A사 전ㆍ현직 엔지니어 80여명의 전직을 유도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국내 벤처기업 B사가 보유한 음성인식 및 소음제거 소프트웨어 기술을 빼내 새 회사를 설립한 혐의로 이 회사 전 이사 김모(29)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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