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이 제2의 천성산 되나. 2015년 개통 예정인 호남고속철도 노선이 충북 오송역에서 분기해 계룡산을 통과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환경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도롱뇽 소송’으로 불린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계룡산보전시민모임 등 대전ㆍ충남지역 환경단체들은 15일 “호남고속철도 노선이 이미 각종 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계룡산을 또 다시 훼손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노선변경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천성산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꼭 같은 실책을 되풀이하는 건설교통부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노선 결정이 합리적인 것이었는지 다시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도와 환경단체가 자체 입수한 건설교통부 자료 등에 기초해 예상한 호남고속철도 노선(지도 참조)에 따르면 오송 분기역에서 전북 익산시까지 신설되는 구간 가운데 충남 통과거리는 32.9㎞.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 주변 연기군 동면 합강, 석교리를 거쳐 공주시 반포면 산림박물관 인근을 지나 금강변의 경승지인 청벽산을 관통한다.
이어 충남과학고 옆으로 빠져 나와 계룡산 줄기인 안산과 팔재산을 거쳐 논산지역으로 빠져나간다.
환경단체들은 “신설 노선은 계룡산 국립공원 경계에서 600여㎙ 벗어난 지역을 통과하도록 설계되고 있지만 계룡산 줄기를 관통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 지역을 통과하려면 공주시 반포면의 청벽산(터널 길이 6.4㎞), 안산(터널 길이 3.05㎞)과 공주시 계룡면의 팔재산(터널 길이 2.63㎞) 3개 산에 터널을 뚫고 교량을 설치해야 한다.
특히 이들 3개 터널이 통과하는 구간 가운데 청벽산 2개 구간과 안산 2개 구간, 팔재산 1개 구간 등 5개 구간 4.1㎞는 환경부가 분류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다. 생태자연도는 환경부가 전국의 산과 하천 등을 식생과 멸종위기 동식물의 분포, 습지, 자연경관 등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분류한 것으로 1등급 지역은 개발행위 대신 생태환경의 보전이나 복원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계룡산은 이미 남쪽 자락이 국도 1호선 확장공사로 큰 상처를 입고 있다. 공주시 반포면~대전 유성구의 10.6㎞ 구간은 도중에 국립공원지역 3.96㎞를 통과하며 반포터널(2.6㎞)과 온천터널(580㎙)을 뚫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문창기 부장은 “호남고속철도가 통과할 계룡산 자락은 인파가 많이 찾는 국립공원지역보다 생태계가 더 잘 보전된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시민ㆍ사회단체 및 학계 등과 연대해 분기역 평가자료를 요구하고 건교부를 항의방문 할 계획이다. 또 고속철도 노선 통과지역에 대한 환경조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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