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흙 밟을 일도, 풀밭에서 놀 기회도 별로 없는 도시의 아이들에게 자연은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먼 데 산이나 들로 나가지 않아도 주위를 조금만 눈여겨 보면 어디서나 자연을 만나고 즐길 수 있다고, 이 책은 신나게 부추긴다.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려온 강우근, 어린이책 만드는 일을 해온 나은희 부부가 ‘붉나무’ 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이 책은 재미있고 아기자기하다.
아이들이 늘 지나다니는 길가에서, 학교 화단에서, 아파트 잔디밭에서, 동네 뒷산에서 볼 수 있는 풀과 꽃과 나무, 곤충이 잔뜩 등장하는데, 모두들 ‘나랑 놀자’고 소리치는 것 같다.
산이나 들, 강이나 계곡을 찾았을 때 볼 수 있는 물고기며 새도 나온다. 봄부터 겨울까지 이 친구들하고 즐겁게 노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하나하나의 생태에 관한 지식까지 꼼꼼히 챙겨주고 있다.
봄이면 풀로 풀피리 불기, 꽃으로 헬리콥터 돌리기, 나뭇가지로 활 쏘기, 큼직한 나뭇잎으로 가면 만들어 쓰기, 여름과 가을 깜깜한 밤중에 불빛으로 벌레 불러 모으기, 흙 속 벌레 찾기, 철마다 풀이나 열매 따먹기…. 이 책이 소개하는 놀이는 백 가지도 넘는다. 주변의 흙과 나뭇잎, 꽃, 열매, 돌멩이 같은 게 전부 놀잇감이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이어서 당장 해보고 싶어진다. 벌레나 식물을 채집하고 관찰하는 요령이며 기르는 방법, 나뭇가지나 돌멩이로 재미난 모양 만들기도 일러준다.
글과 그림도 쉽고 재미있다. 글은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투로 썼는데, 전래동요의 리듬감이 살아있어 더욱 정답다. 더풀더풀 춤추는 듯 부드러운 선의 붓으로 그린 그림은 동식물의 생김새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놀이하는 아이들 모습도 자연스럽고 유머 넘치게 담고 있다. 사진도 많이 들어있다.
이 책의 내용은 쓰고 그린 붉나무 부부가 여섯 살, 일곱 살 두 아들하고 직접 해보면서 궁리 끝에 개발한 것도 많고, 이런저런 책에서 지식을 구하거나 생태기행 모임 같은 데도 따라가고 해서 쌓은 것들이다.
북한산 자락의 서울 우이동에 사는 이 가족은 동네 한바퀴를 돌거나 가까운 우이동 계곡이나 중랑천, 조금 멀리는 두 시간 거리인 가평의 조종천 등을 찾아 몸으로 자연을 느껴왔다.
붉나무 부부는 “생태놀이 할 사람 여기 붙어라! 신나게 한판 놀 동무는 여기 붙어라!” 하고 외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직접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손으로 만지면서 자연을 만나는 즐거움을 돌려주는 선물 보따리다. 어린이 월간지 ‘고래가 그랬어’ 에 1년간 인기리에 연재했던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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