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언론이라는 신 매체가 급속히 등장한 이유 중 하나는 기존 언론체제에 대한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이 독자의 신뢰를 잃으면서 대안 매체에 대한 욕구와 수요를 기술 발달이 메워준 결과이다.
신뢰 상실에 대해서는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신 매체의 부상이 기존 매체에 대한 도전, 기존 권위와 기득권에 대한 부정을 의미한다는 것은 동서(東西)가 같은 분석이다. 언론은 건전한 사회제도이자 기구이기도 하지만 애당초 사회 경제적 위계구조를 유지, 고착시키는 여러 방편 중 주축을 이루는 장치이기도 하다.
■인터넷 언론의 속성은 인터넷 기술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무한대의 양, 빛의 속도, 접근성의 자유 등이 그 것들이다. 엘리트 파워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위협이다. 분산된 파워를 대중이 주체적으로 차지하게 되는 효과를 낳는다.
정보생산과 유통의 독점적 경계가 허물어짐으로써 설득이나 전달과정을 지배하거나 독차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미디어에 대한 통념이 달라지면서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정의와 개념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파생되는 갖가지 연구 주제 가운데 미디어로서의 인터넷이 던지는 이런 문제는 지금 세계적 화두이다.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고정 잣대는 언론자유의 산실인 미국에서도 한창 허물어지는 중이다. 2003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언론자유의 금과옥조로 여겨지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남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절반에 이른다. 또 미디어 연구에서 중요한 연령대로 여겨지는 18~34세 층에서 인터넷은 인쇄매체를 완전히 대체하는 뉴스원으로 자리잡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언론재단의 ‘200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보면 20대의 절반 가량이 인터넷을 가장 친근한 매체로 여기는 반면 신문에 대해서는 불과 1.2%만이 친근감을 표시했다.
■그렇다고 인터넷 매체가 마냥 온전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의문과 회의도 그 가능성 만큼이나 심각하다. 가령 인터넷에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이로 인해 개인을 해치는 수준이 폭력에까지 이르면 이는 자멸의 수순이다.
소문을 마치 기사인 것처럼 허위로 만들고 포털 매체가 이 과정의 주역이 된다는 며칠 전 보도는 큰 경종이다. 지난 두 달 사이 사이버 폭력에 대한 경찰단속 결과가 작년 보다 63%나 늘었다는 통계가 소홀히 여겨지지가 않는다. 인터넷은 자체 속성으로 번창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버림받을 수도 있음을 예감한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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