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청년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한중문화청소년미래숲센터 초청으로 6일 한국에 온 중국청년지도자들은 국내 각지를 시찰ㆍ탐방ㆍ체험하고 15일 귀국할 예정이다.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이들은 13일 저녁 제주 서귀포시 KAL호텔에 모여 행사의 의미와 한국방문의 감회를 털어 놓았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이 지리적인 면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가까운 이웃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많은 교류를 통해 서로 편견을 씻고 동북아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에는 까이위(蓋宇ㆍ33) 과학출판사 고급편집원, 왕란(王嵐ㆍ36) 안후이(安徽)성 청년연합회 부비서장, 양짜오타오(楊昭他ㆍ33) 쓰촨(四川)성 파오통슈 소학교 교장, 니찌옌(倪建ㆍ43) 중화전국청년연합회 국제사무회 부비서장, 판야원(潘亞文ㆍ38) 중국청년기업가협회 부비서장, 추윈샤(儲云霞ㆍ28) 장쑤(江蘇)성 연예집단 가무극원 등 6명이 참가했다(사진 왼쪽부터).
니찌옌씨는 “13일 부산에서 열린 한중 경제포럼에서 양국 지도자 400여명이 각 분과별로 3시간여 얘기를 나눴으나 시간이 부족해 해운대 포장마차에서 한데 어우러져 소주를 마시며 밤을 새웠다”며 “한국인들처럼 손님을 진솔하고 정성껏 접대하는 민족은 드물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왕란씨도 “이화여대 4학년에 다니는 우수진씨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윷놀이를 배우는 등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며 “우씨 가족들이 10년지기 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과 한국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양짜오타오씨는 “풍경과 경치가 중국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한국 스텝을 중국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한국인과 중국인은 닮은 점이 많다”며 “한국말을 듣거나 한국음식을 먹을 때에야 비로소 외국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까이위씨가 “과학서적에 진저리를 치는 건 한국이나 중국이나 매한가지”라며 말하자, 판야원씨는 “중국에서는 차문화가 발달한데다 흙먼지가 많이 발생해 항상 따뜻한 물을 먹는데, 한국음식점에서는 차가운 물을 대접한다는 점이 중국과 다른 점”이라고 문화적 차이를 지적했다.
이들은 중국의 한류열풍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한류열풍도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유행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류를 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중국 젊은이들의 취향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짜오타오씨는 “아들이 한국에 가면 최신가요 CD를 사오라며 졸랐다”고 말하자, 니찌옌씨는 “한국드라마의 매력은 CCTV에서 방영된 가을동화 겨울연가처럼 중국인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최루성”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츄윈샤씨는 “한류가 4~5년간 중국대륙에 불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한류 이전에 일본문화가 대유행을 이룬 적도 있었다”며 “중국은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각 민족마다 취향이 다른데다 경제발전 속도가 빨라 한류열풍도 멀지않아 지나가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한국을 자기 나라보다 성숙한 국가라고 평하면서도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왕란씨는 “한국의 교통체증이 심하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교통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중국보다 낫다”며 “중국은 한국이 70~80년대 겪은 빈부격차나 도시문제를 이제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판야원씨는 “한국기업의 성공은 자유로운 사고와 창조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며 “중국도 이제 노동집약적 산업보다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왕란씨는 중국의 ‘짝퉁문화’는 경제적 능력을 넘어서는 문화상품을 향유하기 위한 중국 젊은이들의 열망에서 나온 것이며, 사회적 부(富)가 평준화되면서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한ㆍ중ㆍ일 3국간에 벌어지고 있는 역사전쟁에 대해 “오해가 낳은 비극이며 해결 방안은 활발한 교류 뿐”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니찌옌씨는 “중국정부는 교과서에 고구려를 신라 백제와 함께 한국 고대역사로 서술하고 있을 정도로 다른 국가의 역사를 존중한다”며 ”학술 분야의 일부 견해를 중국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확대해석하기 보다는 충분한 학술교류를 통해 상호간의 오해를 불식시켜야 바람직한 동북아공동체를 건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 韓中미래숲이란
한중(韓中)문화청소년미래숲센터(대표 권병현)는 동북아의 환경문제로 떠오른 중국의 황사와 사막화를 방지하고 양국 청년들간 문화교류를 활발히 하자는 취지로 2001년 12월 발족됐다. 한중미래숲은 2002년부터 중국 각지에 100여명의 대학생을 보내 식목과 문화교류 행사를 하고 있다. 올해 ‘제4기 한중 우의림 조성행사’는 4월 4~10일 양국 대학생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 닝샤후이주(寧夏回族) 자치구 인촨(銀川)시 인근 사막에서 식목행사를 갖고 베이징(北京)에서 세미나를 열며 우의를 다졌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중국청년지도자 초청 행사’는 중국 정부가 선정한 젊은 지도자를 미래숲센터가 초청해 한국의 진면목을 알리고 한ㆍ중 미래 지도자간의 교류를 활성화해 양국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 중국청년지도자 198명은 6일부터 인천경제특구 광양제철소 대덕연구단지 등 산업시설을 시찰하고, 임진각 하늘공원 제주도 등을 둘러보았으며, 한국의 젊은 정치인 경제인들과 다양한 세미나를 가졌다. 이들은 9박 10일간의 빽빽한 일정을 마치고 15일 오후 3시께 전세기편으로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중미래숲센터가 주관하고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는 한국일보사 KBS 대한항공 유한킴벌리가 후원하며, 문화관광부 인천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포리올㈜가 협찬한다.
제주=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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