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참선’으로 알려져 있는 간화선(看話禪)은 화두(話頭) 공부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한국불교의 대표 수행법이다. 화두는 상식적인 사유분별을 끊어버리는 역할을 하며, 참선 수행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선수행을 하는 스님과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참구하는 화두 ‘이뭣고?’가 화두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동국대 교수 성본 스님은 최근 발간한 ‘간화선의 이론과 실제’(동국대출판부 발행)에서 의심을 일으키는 ‘이뭣고?’는 화두가 아닐 뿐더러, 간화선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본 스님은 “‘이뭣고?’가 언제 누구에 의해 주장돼 선원 수행자들이 가장 많이 참구하는 화두가 됐는지 알 수 없지만 대략 만공 스님(1871~1946)이후로 본다”면서 “이 것은 고려나 조선시대에 없었고,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역사적 사례도 없는 것으로 화두가 아니다”고 말했다.
성본 스님의 주장은 한국 선 수행의 전통과 상식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각화사 선덕 고우 스님, 석종사 선원장 혜국 스님 등 선원장급 스님들로 구성된 전국선원수좌회 편찬위원회는 지난 5월 편찬한 간화선 수행지침서 ‘간화선’(조계종 교육원 발행)에서 “크게 의심하면 크게 깨닫는다”고 한 고려시대 백운 경한 선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뭣고?’를 대표적 화두로 설명하고 있다.
‘밥 먹고 옷 입고 말하고 듣는 이 놈이 무엇인고?’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나의 본래 면목은 무엇인고?’ ‘이 송장을 끌고 다니는 이 놈이 무엇인고?’ . 이런 것들 중에 하나를 택해 의심을 지어가는 것이 ‘이뭣고?’ 화두라고 ‘간화선’은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성본 스님은 이런 문구들은 ‘단지 생각해볼 만한 문제’일 뿐이지 화두라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뭣고?’는 단순한 의심일 뿐입니다.
화두 참구는 깊은 사유와 통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며, 의심만 하게 하는 것은 간화선의 본질에 어긋납니다.” 간화선의 3대 요소인 ‘대신심(大信心) 대분심(大憤心) 대의심(大疑心)’중 ‘대의심’은 현대어로 말하면 자기 존재의 근본을 성찰하는 ‘구도적 문제의식’이지 단순한 의심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단순히 의심만 하는 것은 번뇌 망상의 중생심(衆生心)일 뿐 깨달음으로 향하는 불심(佛心)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성본 스님은 “‘이뭣고?’라는 말은 일천수백년전 중국 스님들의 대화 기법에서 등장하는 어구로 그것도 지방사투리이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 오해를 하게 된다”면서 “당나라 때 선사 백장스님 등의 선어록에 나올 때는 단지 ‘경책’의 언어로 사용됐으며, 화두는 송나라 때 등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분심’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분한 마음’으로 해석하는 데 이같이 감정이 섞인 마음으로 어떻게 불심을 닦을 수 있겠느냐”며 “그 진정한 뜻은 게으름을 떨치는 구도적 분발심을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 김영욱 박사는 이에 대해 “‘이뭣고?’가 간화선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화두가 아니었다고 해도 언어나 사유, 감정 등 어떤 길로도 가지 못하게 만드는 간화선 특유의 방법론으로 재구성하면 화두가 될 수 있다”면서 “‘이뭣고?’가 선사들이 쓰는 다양한 맥락에서 화두로 쓰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해 대구 동화사 담선법회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쳐 여러 선승들과 설전을 펼친 바 있는 성본 스님이 단행본을 통해 간화선 수행의 문제점을 본격 제기함으로써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