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고사를 놓고 서울대와 당정간에 치열한 논전이 벌어진 뒤 노무현 대통령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14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노 대통령이 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과 주요 국립대 총장들을 초청, 오찬을 함께 한 자리였다.
두 사람은 직접 논쟁을 자제했지만 긴장 기류는 여전했다. 노 대통령은 ‘꼴찌 배려’의 교육철학과 대학 혁신을 강조하면서 우회적으로 서울대를 겨냥했고 정 총장은 “서울대 입시안이 독특한 게 아니다”며 방어논리를 폈다.
노 대통령은 먼저 “기득권을 제도 위에 구축한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거나 벽을 쌓으려 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그 점에서 윤리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득권 세력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사실상 서울대의 대입제도를 ‘서열화’로 비판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한국의 선두 그룹이 세계 속에서 1등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꼴찌가 좋은 수준으로 가는 데 한국 사회가 과연 잘해낼 지에 대해서는 불안하다”고 말했다.
“생활 능력에 따라 대학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노 대통령은 “감히 자신하는 것은 경제, 북핵 위기, 한미동맹 등에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딱 하나 자신 없는 부분은 양극화 해소의 확실한 정책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총장은 “최근 여러분께 (입시안 문제로)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면서 “좋은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운을 뗐다. 정 총장은 특히 “서울대 입시안은 지역균형 선발을 비롯한 공부 이외의 기준, 논술, 내신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 총장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대학 총장 국제회의에 참석, 비교해보니 정부의 대학 지원이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며 “GDP(국내총생산)의 1%는 대학에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고등학교 교육은 학교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 거듭 정 총장과의 편차를 보여주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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