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로잔나 아퀘드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는 주름 가득한 얼굴을 보여 주기 싫어 꽁꽁 숨어 사는 데보라 윙거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관과 신사’에서 빛나는 미모를 자랑했던 데보라 윙거는 이제 쉰 살이다. 연기를 그만두고 은둔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지금 연기를 시작한다 해도 내가 맡고 싶은 역할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중년 배우가 누구의 엄마, 또는 아빠 외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진 역을 맡기 쉽지 않음을 볼 때 이해가 가기도 했다. 하지만 혹시, 그는 아직도 이십대 시절처럼 멋진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기대하는 건 아닐까.
사람들이 배우를 좋아하는 건 예쁘거나 잘 생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개봉한 ‘비포선셋’은 가혹한 영화였다. 나이 든 에단 호크의 얼굴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 ‘청춘스케치’ 등으로 제임스 딘 리버 피닉스의 계보를 잇는 청춘의 아이콘으로 추앙받던 그 에단 호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마 서먼과의 결별에 따른 상처로 더 심하게 상했다는 말에 더욱 슬펐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어썰트 13’을 보니 좀 나아졌다. 나이든 에단 호크에 익숙해졌다. 그는 나이 든 대로의 매력이 있다.
미키 루크에 대한 감정은 더 복잡 미묘한 것이었다. 술과 약에 찌들어 목소리는 쇳소리를 내고, 맛이 간 얼굴은 수 차례의 성형 수술로 기묘하게 팽팽해졌고 쌍꺼풀은 우스꽝스러웠다.
추했다. 그런데 ‘씬시티’를 보고 나서는 좀 달라졌다. ‘씬시티’에서 그는 돈을 줘도 여자를 살 수 없을 정도로 추악한 외모를 지닌 파이터 마브로 출연했다. 복싱에 입문, 사는 집까지 경매에 넘어갈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거친 후 영화계에 복귀, 탕아 이미지로 멋지게 돌아왔다. 과거의 섹시 가이 이미지는 흔적도 없지만 지금의 미키 루크도 충분히 멋있다.
세월도 비켜간 아름다움은 배우에게 최고의 찬사일 수 있다. 하지만 세월 따라 나이 드는 모습을 팬들이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꽁꽁 숨어사는 건, 그들에게도 팬들에게도 불행이다.
인생도 이모작해야 한다는데, 배우들도 나이 들어서는 나이 든 그대로의 연기를 찾아 나서는 이모작 정신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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