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46ㆍ환경부 혁신인사기획실 인사담당)씨는 매일 아침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길에 나선다. 하지만 보통 직장인과는 다른 점이 있다. 그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집에서 직장이 있는 과천 정부청사까지 20㎞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2003년부터 해 온 일이다. 그는 환경부 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 고유가 시대인 요즘 김씨의 자전거 통근은 중요한 에너지 절약대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김씨의 출퇴근 코스는 한강변_종합운동장_탄천_양재천_과천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 몇 주 전만해도 양재천까지만 전용도로가 연결돼 있어 위험했던 것이, 과천까지 전용도로가 연장된 지금은 마음껏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2시간이나 걸리던 출근 시간도 요즘은 50분이면 거뜬하다. 꼬박 1시간 가까이 다리를 움직이는 일이 힘들 법도 하건만 피곤한 기색이 없다. 김씨는 “다른 사람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니 시간을 버는 느낌”이라며 “하루종일 맑은 정신으로 일하니 업무능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연한 기회에 자전거로 교통수단을 바꿨다. 3년 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 바쁜 업무에 쫓겨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어느날 우연히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오게 됐는데, 상쾌하고 가뿐한 느낌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한다. 다음날부터 곧장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건강도 좋아져 체중도 10㎏ 가량 줄어들고 혈압도 정상치로 돌아왔다.
작년 8월에는 2박3일 충남 강경으로 자전거 여행도 다녀왔다. 하루 10시간씩 200㎞를 이동하는 강행군이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일정을 완수했다. “정부 부처가 옮겨가는 행정도시 입지 답사도 할 겸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평소 단련을 해온 덕분인지 힘든다는 생각보다 즐거움이 앞섰다”고 말했다.
환경부에서만 15년째 일하고 있는 터라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데 대한 자부심도 크다. 그는 동료들만 만나면 자전거 예찬론을 늘어놓기에 바쁘다. 김씨의 권유로 얼마 전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직장동료가 있었는데 두 달을 못 버텼다고 한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꾸준히 타기만 하면 건강이 좋아지고 교통비를 절감하는 등 장점이 훨씬 많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이른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멋진 풍경과 어둑어둑한 퇴근길 양재천에 사는 야생 너구리와의 숨바꼭질은 자전거 통근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죠. 독특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여러분도 자전거 타기에 동참해 보세요.”
김이삭 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