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심한 수도권에서 위험 부담을 안고 분양할 이유가 뭐 있습니까? 지방에서 분양하면 땅값에 비해 분양가를 더 높게 받을 수 있는 데… ”
강남ㆍ분당 발 집값 대란으로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업계에 ‘남하(南下)’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부산 대구 광주 울산 창원 청주 등 지방 광역시의 부동산 중개업소와 부동산 개발컨설팅 업체는 신규 아파트 분양 부지를 사기 위해 몰려든 부동산 개발업자들로 문전성시다. 지방의 주거 및 상업 용지, 공장 부지의 땅 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불과 1년 여 전만 해도 분양이 안돼 수 천 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골치를 앓던 때와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초 미분양 털어내기 분양가 인하, 무료 옵션 제공, 중도금 무이자 등의 혜택을 주던 업체들은 평당 분양가를 서울 수도권에 버금갈 정도로 올리고 있다.
태영이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66평형 아파트는 평당 1,039만원으로 대구에서 처음으로 1,000만원 선을 넘었는데도 2.14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마감됐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광주에서 선보인 ‘운암산 아이파크’도 복층인 52평형 최고층 분양가가 평당 739만원으로 종전보다 평당 200만원이나 비싸게 분양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5월 중순만 해도 918만원이던 전국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두 달도 안된 7월 4일 현재 평당 1,003만원으로 10%나 급등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 상승은 기존 아파트의 동반 상승을 불러 전반적인 가격 불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방 광역시까지 주택 가격 상승 도미노가 일어나는 것은 참여정부 들어 추진해 오고 있는 각종 지방 국책 프로젝트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대선 때부터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던 노무현 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등 초대형 개발 계획을 잇달아 쏟아냈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으나 청와대와 국회 등 헌법기관만 서울에 남고 나머지 행정기관은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규모만 축소돼 추진되고 있다. 176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혁신도시 건설, 기업도시 사업 등도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들 초대형 국책 프로젝트는 평온하던 지방의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 후보지로 거론된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는 2002년까지만 해도 연간 2%대에 머물던 지가 상승률이 2003년 11.6%, 6.6% 각각 뛰었고 지난해에는 각각 23.3%, 9.2%, 올해 들어서도(3월까지) 각각 9.5%, 3.7%의 높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높은 지가와 집값 상승률을 보였던 강원 원주시, 충북 충주시, 전북 무주군 등 기업도시 예정지는 지난 주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아예 매물이 사라져 가격 형성조차 안될 정도다.
이밖에도 참여정부가 낙후된 서남해안을 개발하겠다며 공언한 JㆍS프로젝트 사업으로 전남 해남ㆍ영암 일대의 땅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다. 낙후지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해부터는 서남해안 일대의 무인도에 까지 땅 투기꾼들이 사재기를 하는 무차별 투기 현상까지 나타났다.
정부의 지방 개발 프로젝트의 남발은 부메랑이 돼 돌아 오고 있다. 각종 개발 청사진 발표로 지방 오지의 땅값과 집값이 치솟으면서 정작 정부가 추진하려는 지방 개발 사업은 엄청난 땅값 보상비 때문에 추진이 안 되는 웃지 못할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추진된 설익은 지방 개발 정책이 수도권 규제 강화와 맞물리면서 지방으로 투기 세력을 몰아가는 ‘풍선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결국 정부가 부동산 투기의 ‘전국ㆍ지방화’를 조장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건국대 고성수 교수는 “40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지방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부동자금의 방향 전환을 유도하면서 개발 시기를 조절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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