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초딩의 반란] (2) "일진회가 별건가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초딩의 반란] (2) "일진회가 별건가요?"

입력
2005.07.12 00:00
0 0

5월 중순 경기 하남시 S초등학교 5학년 A군은 친구 4명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놀러 갔다. TV를 보다 한 친구가 “PC방에 가자”고 제안했고, 5명의 초등학생들은 각자 돈을 꺼냈지만 얼마 되지 않았다. 한 친구가 “너희 집에 돈이나 통장이 있을 테니 찾아보라”고 했으나 A군이 “모른다”고 하자 친구들이 직접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안방 장롱에서 약간의 현금을 발견한 뒤 “거짓말을 한 죄”라며 A군을 집단폭행했다. 한 친구는 흉기를 꺼내 A군의 팔을 마구 찔렀다. 집에 놀러 온 초등학교 친구들이 순식간에 떼강도로 돌변한 셈이다.

초등학생 폭력 수위가 위험선을 넘고 있다. 초등학생끼리 크고 작은 싸움은 비단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렇게 용인하고 넘어가기에는 폭력이 너무 일상화하고 있으며 폭력의 정도와 방법도 성인 수준이다.

5월 초 충북 청주시 D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미술수업 중 물을 조금 흘렸다는 이유로 한 학생이 친구를 흉기로 마구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교사와 다른 학생들도 있었으나 제지하지 못했다.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6학년 C군은 최근 병원에서 췌장출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 당한 게 원인이었다.

경기 수원시 S초등학교 6학년 K군은 4월 친구들에게 마구 짓밟혀 갈비뼈가 부러지는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다. K군이 몸을 잘 씻지않는다는게 이유였다. 이쯤 되면 예부터 있어온 초등학생 간 싸움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집단 폭행을 하거나 흉기 등을 스스럼없이 꺼내 휘두르고 있다.

지난해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센터에 접수된 폭력상담 중 초등학생 관련 상담은 전체의 19.9%에 이른다. 2002년에 비해서는 40%가량 늘었으며, 올 들어서는 상담 건수가 더욱 급증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신체폭행이 54%로 가장 많았고, ‘왕따’가 19%, 금품 등 물건 갈취 12%, 위협 및 협박 9% 등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의 피해ㆍ가해 경험도 초등학생이 중ㆍ고교생보다 많다(표 참고). 폭행의 유형면에서도 전통적인 주먹다툼에서 갈취나 집단 폭행 등으로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ㆍ고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진회 등 폭력조직이 초등학교에서 자생적으로 혹은 선배 중학생들의 하부조직으로 구성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 Y초등학교 6학년 C군은 교내 일진회의 회원이다. 4~6학년에서 각 반마다 가장 싸움을 잘하는 학생 1명 씩 모여 ‘전교 짱’을 뽑았고, 내부 서열을 중시하는 자체규범도 만들었다. C군은 “일진회 활동을 하면 경찰이 잡아간다고 해서 우리끼리는 일진회라고 부르지 않고 ‘리니지(컴퓨터 오락게임) 모임’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치 조직폭력배 흉내를 내듯 다른 학교 학생들과 주먹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서울 K초등학교 6학년으로 전교 싸움 서열 1, 2위인 이들은 인터넷에 “맞장 뜨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내용의 글과 자신의 사진을 띄워놓기도 했다(인터넷 사진).

전문가들은 “인터넷 폭력사이트나 폭력물 성인영화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이를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초등학생들의 특성상 폭력행사를 정당화하고, 싸움을 잘하는 학생을 우상화하는 의식이 만연하고 있어 학교폭력 연령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학생들에 대한 폭력 예방교육 등을 보다 강화하면서 일진회 등 폭력조직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는 등 예방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